신성리갈대밭 - 서천군 - 충남

2023. 10. 7. 14:59창작사진/풍경 들판 길 논 밭

 

내 나이 가을에 서서 / 이해인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

 

내 밥그릇이

가득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 반짝 윤이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

향기마저 옅어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맡게 되었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

 

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야

보이는 이제서야 들리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

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

우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

 

나이 가을에 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