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자작시(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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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 / 김재곤
밤바다 / 김재곤 어설픈 잠결에 푸른 돛대를 꿈꾸다 얼핏 깨어나 창밖을 바라다 보니 원시의 시간속에서 세찬 밤바람은 시린 별빛을 흩으려 검은 바다에 던지고 하늘끝에 걸린 초승달은 나를 비웃기나 하듯 창백하게 웃고 있었다 불을 끄고 어둠속에서 눈을 감은체 문틈으로 귀 기울이니 하얀이를 들어내며 죽일듯 달려들던 파도 부서져버린 자폐의 쉰 소리만 밤새도록 들려왔다
2024.04.12 -
나목 / 김재곤
나목 / 김재곤 지나온 것들은 모두가 꿈이였는지도 몰라 벌거벗은 채로 기억해야 했었던 것은 명 나의 운명이었어 내 삶은 늘 고단하기만 하여 마른 잎새로 버려질수밖에 없는 아픔이란 걸 예감하고 있었으나 비켜나지 않았던 것은 비켜서지 않았던 것은 소름처럼 돋아오르는 새순의 그 황홀한 간지러움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2024.04.12 -
불후의 명작 / 김재곤
불후의 명작 / 김재곤 그대가 잠들어있는 이른 새벽에 홀로 일어나 살며시 밝혀놓은 촛불 아래에서 나는 시를 쓴다 밤새 불면에 시달리다가 구겨진 체 방바닥에 내던져진 가련한 의식들을 한데 모아 뜬금없이 뜬금없이 불후의 명작이기를 꿈꾸어보며 나는 그렇게 쓸쓸한 언어들을 난도질 하며 무명의 시린시를 쓰고 있다
2024.04.12 -
안부 / 김재곤
안부 / 김재곤 항상 머리속에는 잊혀지지 않는 모습으로 그렇게 꿈결처럼 남아는 있습니다 삶이 참 고단하기만 하여 그저 속으로만 그리워 하고 있었나 봅니다 낯선길을 걷다가 풀밭에서 당신의 향기 꼭 닮았을 것 같은 이름없는 들꽃을 바라다 보다가 아,,,문득 속으로 중얼거리며 안부를 물어봅니다 잘살고 있느냐고 잘살고 있느냐고
2024.04.12 -
너를 마시며 / 김재곤
너를 마시며 / 김재곤 밤새도록 창문밖 어둠은 흐린별 하나 꼬옥 끌어안고 그렇게 숨어있었구나 흐린 너처럼 흐린 나처럼 보이느냐, 지금 여명의 작은빛은 태초의 하늘을 찌르며 서둘러 우리에게 오고있음을 채린아, 지금 밤새 떨다 지쳐버린 마른잎도 포도주빛 아스팔트위에 풀죽은채 누워있다 빙초산 냄새 풍겨나는 지금 새벽은 자유와 고독이 풍성해서 참으로 좋구나 채린아,지금 나는 머그잔 가득 너 닮은 그리움 담아 가슴이 시리도록 마셔본다
2024.04.12 -
낮달 / 김재곤
낮달 / 김재곤 온밤을 헤메이며 유령처럼 떠돌다 멈춰버린 하늘 조각난 별하나 날이선 파편이 되어 상처난 희망에 칼을 꽂는다 떨리던 청춘은 새벽바람을 타고 기어올라 어느새 살빛 낮달이 되어 허황한 하늘끝에 풀죽은 눈알처럼 박혀있다 핏빛을 잃은 나의 분신이 되어
2024.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