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일기(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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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어느 시인이 동인 시집을 함께 내자는 편지를 보내왔네요.그것도 11월 첫날인 오늘 새벽녘에 정성스럽고 조심스런 언어로 이메일을 보냈네요.그래볼까 하며 승락을 하려다가 그동안 내가 블로그에 올렸던 내가 쓴 글들을 한번도 다시 읽어보지 않았기에 문득 겁이나 서둘러 앞장으로 되돌아가서 읽어보니 휴~예상했던 대로 그냥 부끄럽기만 할 따름입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답장을 정중히 써서 보낸후 하나 하나 꺼내 먼지를 털고 가다듬다 보니 그동안 내가 온통 우울한 글들만 써왔던 것 같기도 합니다.정말 이렇게 까지 내가 쓴글들이 절망적인 줄은 몰랐는데,,,나만 모르고 내글을 읽은 사람들은 벌써부터 눈치채고 있었기에 그토록 내 가슴에 비수가 고치듯 심한 말로 하여 나에게 밝은글을 쓰라고 충언을 했었던 모양입니다.그것도 ..
2023.04.25 -
새벽
새벽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찍어진 청바지의 구멍 사이로 살며시 스며 들어오는 새벽기온이 서늘하기만 하다. 안개속으로 발걸음을 옮겨 깊이 들어갈때마다 옅은 습기가 얼굴에 부딛혀 온다. 화단의 이름모를 꽃잎에 촉촉하게 이슬이 맺혀 있다. 지난밤 어둠을 견디어내던 외로움들이 뭉친 응어리인가 보다. 아직은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모두들 어제의 피곤함에 의해 새벽잠에 깊이 빠져 있나 보다. 내 발자욱 소리만 아파트의 빌딩숲을 반사되어 곰명음 처럼 울리고 있다‘ 성경책을 한손에 들고 엄마의 손을 잡고 새벽기도를 다녀오는 듯한 소녀의 상기된 얼굴이 성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파트 높다란 담장에 걸려있는 넝쿨장미가 그 붉은 빛을 자랑이라도 하듯 길게 늘어져 있다 혼자서 걷는 새벽길은 질식할 것만 같은 정적과 옅은 안..
2023.04.17 -
2005-08-12 07:07:37 비개인날
번개 천둥 그리고 폭우가 이어지던 날이 가고 잿빛이긴 하나 비가 그친 하루가 열렸다. 어느날부터 비오는날보다는 맑고 투명한 하늘을 선호하게 되면서부터 왠지 비가 오는날은 일상의 모든 것들이 그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귀찮은 날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도 비오는날의 낭만이 맑은날보다 훨씬 더 진하고 절실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아직도 부정하고 있지는 않고 있는 나이기도 하다, 그만큼 비오는날의 풍경은 사람의 감성을 묘하게 자극하여 조금 우울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편안한 느낌을 제공해 주는 것도 같다. 또한 비는 우리들에게 세상으로부터의 작은 고립을 만들어 줌으로써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던 "나" 라는 사람에 대하여 스스로 인식하게 해주는 기회를 부여해주는 주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엷은 비닐막처럼 세상..
2023.03.31 -
2005-08-11 07:08:22 온양온천
온양온천의 날씨는 유럽의 날씨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온천지역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폭우와 폭설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온양온천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온천의 대명사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곳은 백제시대에는 온정(溫井), 고려시대에는 온수(溫水), 조선시대 이후에 들어서야 온양이라고 불려왔을 만큼 그 역사는 천년이라는 세월을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세종대왕 15년(1433년) 정월에 안질치료차 행차한 후, 세조, 현종, 숙종, 명종, 영조, 정조 등 여러 임금께서 온궁을 짓고 휴양이나 병의 치료차 머물고 돌아간 다수의 기록과 유적들이 남아있으며, 또한 현종, 숙종, 명종때에는 온천에 임행하여 과거를 보게하여 인재를 발굴하였던 기록이 남아 있다. 일제 때에는..
2023.03.31 -
2005-08-10 07:54:22 디지탈 시대를 산다는 것
엇저녁 활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스며들어오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새벽의 엷은 어둠과 잠들어 있는 나를 깨운다. 새벽 4시쯤인가 문득 서늘한 기온에 홑이불을 온몸에 감싸는 것으로 그 서늘한 기온을 피하긴 하였지만 아직은 여름에 대한 불신이 나의 무의식속에 남아있어서였는지 선뜻 더위을 피하고자 활짝 열어놓은 창문을 닫지는 못했던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지금 잠에서 깨어 있는 중에 있다. 엇저녁에는 잘 사용하고 있던 디카를 컴에 연결하니 자꾸만 다운이 되었다. 컴을 잘못 건드려 모니터 화면이 갑자기 파란색으로 바뀌어버리는 황당함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 상황을 잘 이해 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어젯밤 내내 불안하기만 하던 내 컴퓨터는 그만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다운이 되고 말았다. 컴상태가 꺼지지도 켜지..
2023.03.31 -
2005-08-09 07:43:59 자폐의 세상을 평정하다
어젯밤은 술속에 빠져 내 자폐의 세상을 평정한거 같다. 비는 속절도 없이 어둠사이를 뚫고 사정없이 쏟아지고 그 빗줄기 속으로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그렇게 술병을 자빠트렸다.나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기도 하기에 엇저녁과 같은 술자리는 년중행사와 같이 일어나는 희귀한 일이기도 하다. 오후 5시쯤 찾아온 친구와 저녁을 먹으면서 한두잔 마시기 시작한 나는 7잔째부터 정신을 잃었나 보다. 그 이후로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어떻게 집에 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눈을 뜨니 나는 나의 작은방에 누워있고 시계를 보니 시간은 하루가 지나버리고 만 아침 7시였다. 엇저녁 11시 이후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시적 기억상실증에 난감하기 짝이 없다 숙취에 의하여 밀려드는 두통을 커피한잔으로 달..
2023.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