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 이정하

2023. 10. 9. 04:36좋은시

 

동행 / 이정하

 

같이 걸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처럼 우리 삶에 따스한 것은 없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혼자였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혼자였다

 

기대고 싶을 때

그의 어깨는 비어 있지 않았으며

잡아 줄 손이 절실히 필요했을 때

그는 저만치서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 산다는 건 결국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다

 

비틀거리고 더듬거리더라도

혼자서 걸어가야하는 길임을,

들어선 이상 멈출 수도

가지않을 수도 없는 그 외길

같이 걸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아마, 그것처럼 내 삶에 절실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