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당노을공원 - 홍성군 - 충남

2023. 9. 11. 21:12좋은시

 

역설 / 김용호

 

극과 극은

그렇게도 멀었고

극과 극은

그렇게도 가까웠다.

 

언어의 파라독스를

하나의 진리로서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을

나는 불행으로 생각지 않는다

 

회오리바람이 뜨거운 정열을 몰아

그를 껴안을 기회를 갖다주었어도

이성의 차디찬 단념의 칼날은

끝내 그이의 행복을 뺏지 않았다

 

그이의 행복이란

모든 것에 가난한

내 곁을 떠나는 것이었다

 

나는 최후의 이 자리에서

피끓는 심장의 고동을

땅 위에 꽂았다

 

파랗게 질린 내 입술은

잠자리 날개처럼 떨렸으나

다음의 말은

아프게도 또렷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