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2023. 4. 25. 15:12자작글/산문

 

 

가을날 한낮의 한가로움을 살짝 흔들어 대며 하늘거리며 서있는 길가의 코스모스는 향기는 나지 않지만 언듯 스치고 지나쳐도 보는 것만으로도 쓸쓸해 보이는 듯하여 참 좋은것 같다.

 

언제였던가 하얀먼지를 흠뻑 뒤집어 쓴체 서있던 코스모스는 해마다 이맘때면 치루워야만 했던 ATT 추계야영훈련작전 강원도 신남에 있는 마지막 집결지로 향하는 아홉사리 고개를 넘는 비포장길가에도 암울했던 내마음 처럼 그렇게 쓸쓸히 피어있었다.

 

형형색색의 어찌보면 촌스럽기 그지 없는 코스모스가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던지 귀대후 줄빠다를 각오하고 차를 세우고 한웅큼 코스모스를 꺽은 기억도 분명 내 추억속에는 남아있다.

 

단지 순정을 쫓아 농부의 아내가 되고 농사를 짓느라 까맣고 삐쩍 말라버린 외사촌누이의 빛바랜 미소처럼 코스모스는 그렇게 화려하진 않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길가에 피어있는 듯 싶다.

 

더어릴적의 기억으로는 코스모스꽃에는 유난히도 꿀벌들이 모여들었기에 방과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가에서 신발을 벗어 그 벌들을 잡아 침을 뽑아내는 생태학적 놀이를 즐겼던 것도 같다.

 

작은 회호리바람을 기대하며 코스모스의 여덟장의 꽃잎중 네장의 꽃잎을 떼어내고 하늘로 던지면 빙글 빙글 회전을 하며 아래로 떨어지는 그런 아름다운 비행놀이를 하던 그런 기억도 난다.

 

도시의 형태와 삶의 방식이 변화하면서 그처럼 가을날엔 어김없이 피어나곤 하는 코스모스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지금은 그저 분주한 삶속에서 운전을 하다가 혹은 차를 타고 가다가 빨간불에 정차되어 있는 차안에서 겨우 차창밖으로 바라다 보는 그런 잊혀진 꽃으로 우리들로부터 멀어진 꽃이 되고 말았지만,,,,

 

 

좀더 나이가 들어 혹 우리들이 전원생활으로 돌아가게 될땐 분명 동네로 들어가는 길가에서 그 촌스런 자태를 하늘거리며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버린 예쁘장하던 외사촌누이의 안부가 생각나 듯이 이처럼 고즈넉하게 깊어가는 가을날에 코스모스를 바라다 보고 있노라니 먼지나는 비포장 도로에서 코스모스의 여덟장의 꽃잎중 네장의 꽃잎을 떼어내고 꽃바람개비를 만들어 철부지 아이처럼 하늘에 날리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