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시대유감

2023. 3. 4. 05:54자작글/산문

 
젊은 시절에 혼자서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 풍경을 보면 사람들은 그 고뇌의 표정이 멋있고 그 적당한 쓸쓸함이 감미롭다고도 생각하겠지만 오십대가 넘은 이 나이에 바바리 코트깃을 세우고 바닷가를 걷는다면 사람들은 아마도 상처한 사람이거나 이혼한 사람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부도난 사람으로 예상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다 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필자는 혼자 바닷가를 걷는다든가 거리를 산책한다는가 혹은 멋진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일 따위를 함부로 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듯 젊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미모를 떠나 무조건 아름답고 무엇을 하든 용서가 되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뇌조차도 감미롭게 평가받고 있는 것 같다.

가만보면 젊은사람들은 심한 운동후 풍기는 땀샘새 마져도 나쁜 냄새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의학적으로 젊을땐 냄새를 분해하는 효소의 활동이 왕성하기때문에 그렇다고 하지만 젊다는 것은 생체학적으로도 특별할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몸상태의 복원력도 뛰어나 하룻만만 잠을 못자면 며칠동안 다 죽어가는 필자와는 달리 파김치가 되어있다가도 하룻밤만 자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식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어느땐 젊은아이들이 부럽기도 하다.
 
항간에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어떤이는 60은 소년이요 70은 청년 80은 되어야 중년이라고 할수 있다는 주장을 당당하게 하고 있기는 하지만 필자는 솔직히 그말에 동감을 하지 못할뿐만 아니라 마치 나이먹은 사람들이 벌리는 최후의 발악같은 느낌이 들어 그저 씁쓰름하기만 할 뿐이다.

60대를 코앞에 두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선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솔직히 이 시대의 불후의 명작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작품들은 작가들이 젊은시절의 고뇌와 감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미켈란젤로와 같은 고집쟁이 노인네는 67세 정도에 '최후의 심판'이란 작품을 만들기도 했고 조각가 로댕도 나이 60이 되어서야 작가의 절정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살펴보면 그런일들은 특별한 사람들 몇몇에 국한되는 일이지 대부분의 불후의 명작들은 작가들이 40대 이전에 만들어 진 작품들이다.
 
이렇게 자조섞인 주장을 하고 있는 필자도 결코 나이가 들었다고 기가 죽거나 어께에 힘을 빼고 살고 고개를 푹숙이고 살아가고있는 편은 아니다.

이세상 누구보다 더 젊은 마인드와 당찬 모습으로 살고 있는 사람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이런 자조섞인 비관적인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실시간으로 다가오고 있는 세상살이에 알수없는 한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쉬운예로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하더라도 감정조절이 자유롭던 젊은시절과는 달리 술도 마실줄 모르면서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으면 감정에 몰입할수가 없어 노래부르기가 어색하기만 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년륜에 의해 자연적으로 혜안이 열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상의 모든일들의 정답이 보이고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안이한 사고를 바탕으로 깔아놓고 모든것들이 귀찮아지기 시작했으며 어떤일 앞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공격적이기만 했던 젊은 시절의 열정을 점점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기야 어떤 학자는 젊음과 늙음은 '호기심'의 잣대로 정해지며 호기심이 많을때는 나이가 먹은 사람이라고 해도 늙었다고 할수가 없고 호기심이 적을때는 그가 아무리 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결코 젊다고 할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안타까운 일은 필자 또한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세상사에 대한 호기심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는 슬픈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시간을 꺼꾸로 돌려 젊은시절로 다시 돌아갈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무미건조한 늙은시대를 살아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일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차거운 겨울바람이 불어대는 바닷가든 아니면 화려한 네온이 춤을 추고 있는 다운타운이든 아주 가끔은 검정색 바바리 코트의 깃을 세우고 고뇌에 찬 표정으로 폼나게 산책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곤 한다
 
시대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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