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쉬흔살즈음에

2023. 3. 4. 05:59자작글/산문

 
천명(天命 : 인생의 의미) 를 알았다는 지천명(知天命) 쉬흔살(50살)에 느껴야 하는 사랑의 정체는 뭘까요,,,

그냥 만나서 맛있는 식사 하고 미사리 라이브 카페에 가서 좋은 음악이나 듣고 향기좋은 일요일날 손에 손잡고 배낭 짊어지고 산행하고 가끔 산이슬 소주잔 기울이며 세상의 잡다한 일들 목메이게 이야기 하고 간간히 터져나오는 끈적한 EDPS에 자지러지고 그렇게 살아가는것이 나를 포함한 쉬흔살배기들이 가져야하는 사랑의 정체일까요,,,,
 
순수성도 떨어지고 호기심도 떨어져 그저 통속하기 짝이 없는 쉬흔살(50살) 그래서일까 사랑이라는 절대감정(?)앞에 서있다보면 왜 그런지 나는 우리네 쉬흔살의 조금은 때가 묻어 있는듯한 정서에 한계를 느끼곤 합니다. 

그럴리는 절대 없겠지만 나에게 또다시 사랑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 진다면 이렇게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루에 한통씩 편지를 쓰고

일요일 통일호 타고 이름모를 기차역에 내려 그곳의 5일장을 구경하고 위생이 빵점은 될듯한 장터의 국수집 좁고 낡은 의자에 앉아 잔치국수를 사먹고 돌아오는 길에 걸죽한 약장사 아저씨의 그럴 듯한 라이브공연도 보고 때로는 찢어진 청바지와 가죽점퍼를 입고 까만 썬그라스를 낀 멋진폼으로 전인권의 락콘써트에 가서 막춤도 추고 잠실운동장에 가서 어렵게 구한 티켓으로 엘톤존의 피아노 소리와 감미로운 음율에도 취해보기도 하고 한강둔치에서 까만색 가방을 짊어지고 함께 바구니 앞에 달린 자건거를 타고 오랫동안 열심히 부어서 방금 탄 곗돈으로 이세상에서 가장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유럽배낭여행도 하고 하여튼 글로는 다 표현 할수는 없는 그런일들로 하여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나이를 잊고는 살고 있지만 가끔 쉬흔살(50세)이나 되어버린 나이를 인식하게 될 때면 왠지 가슴이 덜컥 하고 내려앉으며 왠지 모를 불안감이 몰려드는것 같습니다. 

그런 나에게 주변 사람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 숫자에 무슨의미가 있느냐,,' 라고 말을 하곤 합니다. 듣기에는 참 그럴듯 하지만 솔직히 마음으로 접수되는 것은 또 아닌듯 싶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에서 바라다 보는 낯익은 수은등의 불빛이 얼마나 처량하고 슬픈지를,,,,집으로 돌아와서 이제는 다들 자라서 자신들의 세계속에 살고 있기에 함께 살고는 있지만 단 한명도 없는듯한 텅빈 공허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강산이 두번이나 변하고도 남았을 만큼인 20년 이상을 살아왔기에 공기처럼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 반려자들의 무감각한 표정에 그저 부부로써 최소한의 대화와 미소를 보여야 하는것이 얼마나 처절한 생으로 하여 다가오는지를,,,,
 
쉬흔살이 되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수 없을꺼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하지도 못할 또는 이루워지지도 못할 사랑으로의 꿈을 꾸곤 합니다. 덤으로 그저 그럴것만 같은 쉬흔살(50살) 늦깍기 사랑의 한계를 넘어보고자 몸부림치는 정체불명의 염원도  포함시켜서 말입니다.

인생의 의미를 안다는 뜻의 지천명 쉬흔살(50살) 초입에서 왠지 불안하고 위태로울 것만 같은 사랑이라는 신비로운 감성을 나즈막히 노래해봅니다. 
 
추신
블로거를 정리하다보니 내가 쉬흔살(50세)가 되던 해에 써놓은 글이 눈에 띄이더군요. 그때에도 나는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고 있었나 봅니다. 읽어보니 참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내가 느끼는 감정은 별반 달라진 것은 없는 글인것 같아 살며시 웃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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