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2 06:50:41 멈춰진 시계

2023. 3. 26. 09:13자작글/일기

또 새벽이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여니 짙은 안개가 어둠속에서도 하나 가득 밀려와 있다.불도 켜지 않은 거실 그 짙은 어둠속에 쪼그려 앉아 새벽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두서없는 생각에 잠겨본다.

 

일기를 쓰기 위하여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니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노래의 슬픈 선율이 나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음악때문인지는 몰라도 조금은 슬픈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언제 멈춰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욕실과 안방사이의 벽에 걸려있던 시계는 부친의 운명시간과 같은 시간에 멈춰져 있다.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겠지만 부친의 운명시간에 멈춰진 시계바늘처럼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부친의 삼일장 동안에 벌어지고 있었음에 잠시 망연자실해본다.

 

어제는 부친의 3일장 그 휴우증 때문이였는지는 몰라도 퇴근하자 마자 깊은잠에 빠지고 말았다. 솔직히 부친의 꿈을 꾸고 싶었으나 왠일인지 부친은 내꿈에 나타나시질 않았다.

 

삼오제미사가 오전 10시에 있음에 더 주무셔도 될 이 이른 새벽 시간에 모친께서는 벌써부터 일어나 무엇을 하시는지 달그락 거리시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시다. 내 짐작에 모친께서는 온양성당에서 삼오제 미사를 끝낸 후 치뤄져야 할 부친이 누워계신 성환 천주교 묘지에서의 삼오제를 하기 위하여 준비를 하고 계신 모양이다.

 

얼핏 바라다보니 꼬부라진듯한 모친의 뒷 모습이 그렇게 쓸쓸하게 보일수가 없다. 거실 협탁위에 놓여진 성모상 옆 촛불이 내 마음을 대신하고 있는 듯 열려진 창문틈으로 스며들어온 새벽바람에 조용히 흔들거리고 있다.

 

여전히 창문밖에는 짙은 안개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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