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4 부친의 유품

2023. 3. 26. 09:23자작글/일기

'여기 아버지가 아끼던 금반지야,,,이제부턴 너가 끼고 다녀,,,'

 

점심식사를 하고 난 직후 모친께서 낡은 상자안에서 금반지 하나를 꺼내 나에게 건네주시면서 하신 말씀이다. 워낙 몸에 걸치는 악세사리를 특히 반지류를 싫어하는 나로써는 최근 바티칸을 다녀오신 수녀님께서 선물한 묵주반지를 제외하곤 반지를 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일주일전에 돌아가신 부친의 유품이라고 생각하니 모친께서 건네주는 반지가 낯이 설지 않으며 왠일인지 끼우고 싶다는 강한 느낌이 든다. 모친으로 부터 받은 금반지는 내손가락의 싸이즈가 맞지 않았기에 이손가락 저손가락 끼워보다가 어렵게 왼손 세번째 손가락에 끼우니 마치 아버지가 나와 함께 하고 계시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내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노랗게 빛나는 금반지가 조금은 촌스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부친의 유품이라고 생각하니 끼고 다녀야 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왠지 가슴한쪽이 뿌듯하기까지 하다.

 

살아생적 부친께선 나와는 반대로 얼굴 모습도 뛰어난 미남이셨지만 상당한 멋쟁이셨던 것 같다. 그래선지 이름마저도 얼굴 용() 빼어날 수() 이셨나 보다.

 

삼오제때 유품을 태우기 위해 부친의 옷과 소품들을 정리하면서 평소엔 멋을 아시는 분이시구나 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넥타이며 모자며 그밖에 평소 입으시던 옷가지들 그 모양과 칼라를 자세히 살펴보니 얼마나 세련미가 있어보인던지 부친은 멋을 아시는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멋을 창조하는 분이셨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수가 있었다.

 

그러니 나이 오십이 넘도록 찢어진 청바지와 빈티이지한 스타일의 케주얼 옷들을 선호하고 그 것들만 죽어라고 입고 다니던 둘째 아들인 나를 쳐다 보았을때 얼마나 속이 터지셨을까,,,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죄송한 생각마져 든다.

 

또한 부친께선 노년엔 머리카락이 부족한 빛나리과이셨기에 모자쓰기를 즐기셨는데,,,장농속에 고이 간직해온 열개정도의 모자들은 아직도 새것이라서 버리기엔 너무도 아까운 제품들이기에 수녀님을 비롯하여 형과 딸들이 하나씩 기념으로 가지고 있기로 하고 나누워 가졌다.

 

우리들은 그저 하나씩 나눠가진 부친의 작은 유품을 바라다 보면서 하늘나라에 계신 사랑하는 아버지를 기억할 것이다.

 

40와트 형광등 불빛에 나의 왼손 세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부친의 유품 금반지가 반짝거리고 있다.

 

아버지 그곳은 평안하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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