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1 07:05:36 아버지의 자리

2023. 3. 26. 09:21자작글/일기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母TEL에 돌아와 안방을 열어보니 늘 창백한 모습으로 무엇을 생각하시는지 빈 허공만 응시하신체 그렇게 한없이 누워계시던 아버지의 자리가 텅 비어있었다.

 

아직은 아버지의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지만 가슴이 털컥 내려앉는 듯한 묘한 허전함이 밀려들었다. 아마도 3년동안이나 욕창을 방지하기 위하여 위아래만 바뀌였을뿐 늘 늘 이부자리가 깔아져 있었던 그자리였기에 그런 느낌이 들었나 보다.

 

영정사진 찍는 것을 유난히 싫어하셨던 부친이셨기에 모친께서 부친 몰래 명함판 사진 한장을 급조하여 확대시켜 만들어 놓은 영정사진이였기에 평소의 모습과 조금은 다른 듯한 영정사진속의 부친이 죄송한 일이지만 왠지 낯설게만 느껴졌다.

 

아마도 부친께서 병상에 누워 계실때,,,,

 

장애인 카드를 만들기위해 어렵게 찍은 사진이였기에 조금은 일그러진듯한 모습으로 사진이 찍혀졌나 보다. 영정사진속의 표정만으로도 부친의 그 오랜시간동안 앓아왔던 아픔을 느낄수 있어 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불효의 회한이 밀물처럼 가슴에서 머리속으로 몰려들었다.

 

우리집의 형제자매들은 이남삼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살아생전 부친께 있어선 두아들중 큰아들은 아버지의 희망이자 꿈이였으며, 둘째아들인 나는 사랑이였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큰형은 두뇌가 명석하여 국민학교때부터 수석을 놓지지 않은 그런 잘나가는 사람이였고 둘째인 나는 유난히도 예술을 사랑하는 영원한 자유인 이였기에 수 도 없이 불효를 저지르곤 했다.

 

그러나 부친의 병세가 악화되어 부친께서 정신을 없으실때도,,,다른 형제들의 이름은 다 잃어버리셨지만 '재곤' 나의 이름만 기억하시고 나의 이름만 부르셨다고 하니 혼수상태속에서도 얼마나 둘째아들인 내가 걱정이 되셨으면 그리 내이름만 부르셨을까,,,,지금 생각하니 죄스러운 마음만 들 뿐이고 가슴이 무너져 버릴 것 같다.

 

아무튼 내일 오전 10시에 온양본당에서 삼오제 미사를 올리는 것으로 부친의 장례가 끝이 날 것 같다.

 

부친께서 오랫동안 누워계시던 빈자리를 쓰다듬어 보는 것으로 불효의 마음을 달래 본다.

 

'아버지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도 커서 뭐라고 슬픈 제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살아생전 불효만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당신께서 60년동안이나 사랑했던 어머니는 제가 잘 모실테니 아무 걱정마시고 편히 쉬시길 바람니다. 그리고 살고 계시던 서울 아파트까지 처분하여 둘째아들인 저의 재기를 위해 아낌없이 쏟아부시며 그토록 소망하셨던 성공 꼭 이루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그 곳에저 못난 소자를 지켜봐 주세요'

 

아버지 당신이 많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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