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5 모친의 휴대폰

2023. 3. 26. 09:43자작글/일기

금요일날인가 나는 모친에게 초클릿모양으로 생긴 까만색의 모바일폰을 선물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모친께 휴대폰을 선물하여야 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가 부친이 돌아가신 다음인 지금에야 비로서 모친에게 그 휴대폰이라는 것을 선물하게 되었다.

 

하기야,,,모친께선 부친과 함께 지내실때는 거의 외출을 하지 못하셨기에 휴대폰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친이 떠나시고 홀로 남은 모친께 이제는 휴대폰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휴대폰을 모친께 선물하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엄마,,,그동안 아버지 병간때문에 꼼짝 못하고 살으셨지요,,,이제는 마음놓고 돌아다니세요,,,딸네집에도 가시고 아들네집에도 가시고,,,친척들 집에도 가시고,,,아셨지요,,,'

 

3까만 촡클릿모양의 휴대폰을 받으신 모친께선 신기한듯 여기 저기 만지작 거리시면서 참으로 좋아하신다. 아직은 휴대폰의 복잡한 사용법을 모친께 알켜준다는 것은 무리일듯 싶어 전화를 걸고 받는 비교적 간단한 사용법만 가르쳐드리는 것으로 휴대폰 사용하는 법을 대신했다.

 

또한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 그리고 가까운 친척들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시켜드렸는데 나는 가족의 서열상 네번째 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짜피 홀로 남으신 모친은 내가 모셔야만 될 입장이였기에 휴대폰 단축번호의 1번에 저장하였다.

 

형과 누나들에게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어쩌면 모친께서 그 생소한 휴대폰이라는 기계에 익숙해 지실려면 돌아가신 부친에 대한 슬픔이 가라앉을 때까지의 시간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렇듯 휴대폰이 필요하게 되었을 정도로 그동안 모친은 병든 남편의 오랜 간병생활로 인해 저당잡혔던 자유를 되찾기는 하였지만 자유를 찾은 만큼 어쩌면 지금은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를 그간 60년동안 함께 하였던 부친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실지도 모를일이고 또한 아주 많이 쓸쓸해 하실지도 모를일이다.

 

나는 10명의 조카들과 3명의 손주들에게 전화를 걸어 홀로 남은 할머니에게 하루에 한번 이상씩은 문자나 전화를 할 것을 강요하기도 하였다. 사실은 그동안 무심하기만 했던 모친에 대한 내자신에게 던졌던 내 스스로의 다짐 같은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니네들,,,할머니한테 하루에 한번 이상씩 문자나 전화 안걸면,,,,내가 지기뿌린다,,,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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