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산문(59)
-
[산문] 은수원사시나무
녹색의 그 암울했던 시절에 내가 삼년 동안 머물렀었던 강원도 원주땅엔 4월이 되면 바람이 유난히 세차게 불어댔으며 8월이면 연병장 주변에 서있었던 은수원사시나무가 그 특유의 은빛잎새를 바람에 나부끼며 그렇게 서있었던 것 같다. 내가 속해있었던 부대는 영내 철조망 밖으로 멀리 치악산이 바라다 보이고 가깝게는 자유를 상징하는 네마리의 학이 다리끝 양쪽 작은 기둥의 끝에 아름다운 비상을 하려는 듯 두날개를 활짝피고 앉아있는 태장으로 가는 다리인 학다리 바로 옆에 있었다 입대하자 마자 고무신을 꺼꾸로 신고 달아나 버린 첫사랑 아이에 대한 일말의 복수를 꿈꾸고 있던 시절,,,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았을 그 황금같이 빛나던 시절에 내무반 밖으로만 나서면 내 작은몸을 날려버릴 듯 세차게 불어대던 그 바람을 지금도 잊..
2023.04.09 -
[수필] 코스모스
가을날 한낮의 한가로움을 살짝 흔들어 대며 하늘거리며 서있는 길가의 코스모스는 향기는 나지 않지만 언듯 스치고 지나쳐도 보는 것만으로도 쓸쓸해 보이는 듯하여 참 좋은것 같다. 언제였던가 하얀먼지를 흠뻑 뒤집어 쓴체 서있던 코스모스는 해마다 이맘때면 치루워야만 했던 ATT 추계야영훈련작전 강원도 신남에 있는 마지막 집결지로 향하는 아홉사리 고개를 넘는 비포장길가에도 암울했던 내마음 처럼 그렇게 쓸쓸히 피어있었다. 형형색색의 어찌보면 촌스럽기 그지 없는 코스모스가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던지 귀대후 줄빠다를 각오하고 차를 세우고 한웅큼 코스모스를 꺽은 기억도 분명 내 추억속에는 남아있다. 단지 순정을 쫓아 농부의 아내가 되고 농사를 짓느라 까맣고 삐쩍 말라버린 외사촌누이의 빛바랜 미소처럼 코스모스는 그렇게 화려..
2023.04.09 -
아버지의 머리카락
모친께서 잠시 마트에 가시고 혼자 집을 지키려니 안방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일인가 하여 안방문을 열어보니 병환으로 누워계신 부친께서 나에게 할말이 있으신지 고개를 겨우 나에게로 돌리시며 중얼거리신다. 도무지 무슨말인지 알아들들 수가 없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큰소리고 다시 여쭤보니 머리가 가려우니 긁어 달라고 말씀하신다. 머리 긁는 전용부러쉬로 살살 머리를 빗겨드리다 보니 브러쉬에 걸리는 몇 올 남지 않은 백발의 머리카락이 내마음을 쿡 하고 찌르는 것같다. 살아오면서 너무도 당당하게 사셨기에 가는 세월과 병마에 저토록 무너져 쉼게 부너져 버릴줄을 나는 물론 가족 어느누구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기에 더 마음이 아프게 느껴지는 듯 싶다. 며칠전부터 부친께서는 병환이 더 깊어졌는지 모친과 내가 양쪽..
2023.04.09 -
공중전화기
동전소리가 덜그덕 나는 공중전화기는 참 낭만스럽다. 휴대폰의 발달로 인해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지만 우리들의 과거속에는 분명 노스탈쟈처럼 아련하게 기억되는 공중전화기에 관련된 추억들이 머물고 있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노란동전 두개면 해결되던 참으로 가난한 시절 비가 몹씨 내리던 날 가슴설레이며 연인에게 전화를 걸며 전화박스지붕에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와 전화수화기를 통하여 들려오는 아름다운 연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행복해 하였던가,,, 지금생각해 보면 정말 촌스럽기만 한 빨간색으로 칠해진 공중전화기는 우리들에게 비록 발신음소리만 듣는한이 있게 되더라도 많은 순수함을 주었던 것 같다. 공중전화기 앞에 서기만 하면 세상의 나쁜 악은 절대로 존재하지가 않는듯이 그저 반갑고 설레..
2023.04.08 -
스타에 열광하는 사람들
'욘사마(배용준)을 알게 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으며,,,남편은 잠시 마음속에서 포기하로 했다' 한국을 세번씩이나 방문했다는 일본내 한류열풍에 휩쌓인 평범한 일본주부의 인터뷰 중 한 대목이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처럼 한류열풍에 휩쌓인 수많은 아시아인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들의 문화가 참으로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남자의 입장에서 바라다보면 왠지 마음한구석에서 알수없는 괜한 질투가 생기는 것도 같기도 하고 아무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것 같다. 왜냐하면 이시대의 많은 문화는 여자들이 모두 소유하고 즐기고 있는 듯한 그런 문화로 변화 하였기 때문이다. 공연장이든 식당이든 혹은 영화관이든 대한민국의 문화의 장의 80%는 여성들로 가득차 있는 것 같다. 뮤직콘써트에서 열광을..
2023.04.08 -
[산문] 복귀
5월1일부로 나는 안산에 있는 건설현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앞으론 나는 오랫동안 하지 않었었던 그 곳 건설현장에서 근무해야만 한다. 현장은 늘 거칠고 삭막하기만 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무엇인지는 몰라도 채 갖추지 못한 어떤 미완의 것들로 채워져 있는 듯한 그래서 조금은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인해 완성되어지는 즉, 사람의 힘과 장비의 싸움으로 하나 하나 완성되어지는 묘한 성취감에 커다란 보람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아무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허 벌판 위에 콘테이너라든가 혹은 간이 사무실을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현장생활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분위기가 얼마나 삭막하고 막막한 것인가를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無에서 有를 ..
202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