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자작시(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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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자리 / 김재곤
이부자리 / 김재곤 행여 잠을 설칠까 밤새 풀먹여 곱게 다려 한땀 한땀 바느질로 깔아놓은 이부자리 어머니의 기도인가 어머니의 사랑인가 팔베게 베고 눈감으니 휘이 휘이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숨죽이며 귀기울이니 도닥 도닥 다듬이 소리도 들려온다
2023.04.09 -
레옹모자 같은 사랑 / 김재곤
레옹모자 같은 사랑 / 김재곤 문밖을 나서기전에 아무런 생각없이 머리에 뒤집어 쓰고 나간 두 귀를 감싸고 있는 가느다란 털실로 짠 네덜란드산 검정빛깔의 레옹모자 두손으로 감싸도 모자라게 추울때 시린 두귀를 감싸주는 레옹모자 같은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2023.04.08 -
노인 / 김재곤
노인 / 김재곤 남자가 자다가 일어나 세번씩이나 소변을 본다는 것은 그건 이미 늙어간다는 증거다 아침에 立하지 못하는자 돈도 빌려주지 말라 했거늘 어제밤에도 세번씩이나 화장실을 다녀왔으니 나는 이제 돈빌리기는 다 틀렸다
2023.04.08 -
비오는 날 / 김재곤
비오는 날 / 김재곤 찌푸린 하늘에 매달린 기억들이 빗물이 되어 흩어져 내림니다 소리죽여 외우던 이름 차거운 빗방울이 되어 유리창에 맺힙니다 서둘러 창밖을 내다보니 그리움에 지친 추억들도 노란우산이 되어 나팔꽃처럼 피어오름니다 속절도 없이 겨울비가 몹씨 내리던 날에
2023.04.08 -
불면 / 김재곤
불면 / 김재곤 어둠은 지루한 시간을 방바닥에 던져 버리고 정적은 숨소리 죽이고 그 위에 눕는다 작게 뛰던 심장은 시계 초침소리를 따라 빠르게 팔닥거린다. 식어버린 의식은 곤두선 세포들을 붙들고 늘어지고 한가닥 두려움 물병에 뿌려논 잉크처럼 순식간에 내 머리속으로 번져간다 불면은 그런 모습으로 지쳐버린 나와 함께 있다
2023.04.08 -
폭풍우같은 사랑 / 김재곤
폭풍우같은 사랑 / 김재곤 나무를 뽑아버릴 것 같이 세차게 불어대는 폭풍같은 바람 머리카락을 날리는 미풍도 감미롭기는 하나 나는 열정을 다바쳐 뒤집어질 폭풍우같은 사랑을 하고싶다
2023.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