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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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새벽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찍어진 청바지의 구멍 사이로 살며시 스며 들어오는 새벽기온이 서늘하기만 하다. 안개속으로 발걸음을 옮겨 깊이 들어갈때마다 옅은 습기가 얼굴에 부딛혀 온다. 화단의 이름모를 꽃잎에 촉촉하게 이슬이 맺혀 있다. 지난밤 어둠을 견디어내던 외로움들이 뭉친 응어리인가 보다. 아직은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모두들 어제의 피곤함에 의해 새벽잠에 깊이 빠져 있나 보다. 내 발자욱 소리만 아파트의 빌딩숲을 반사되어 곰명음 처럼 울리고 있다‘ 성경책을 한손에 들고 엄마의 손을 잡고 새벽기도를 다녀오는 듯한 소녀의 상기된 얼굴이 성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파트 높다란 담장에 걸려있는 넝쿨장미가 그 붉은 빛을 자랑이라도 하듯 길게 늘어져 있다 혼자서 걷는 새벽길은 질식할 것만 같은 정적과 옅은 안..
2023.04.17 -
빛과 어움
밤과 인간이 만든 조명 불빛은 정말 궁합이 잘 맞는것 같다. 어둠은 보이지 않아야 할 것들은 감춰주고 꼭 보여 줄 것만 보여주는 마법을 부리며 그렇게 우리들의 시선을 속이기도 하며, 조명 불빛으로 그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같다 밤은 어둠을 앞장 세워 우리들을 유혹하기도 하며 또한 우리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주기도 한다. 밤은 우리들을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게 하는 강한 집중력을 만들어 준다. 이륙을 하고 있는 비행기에서 바라도 보는 야경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마치 보석가루를 땅위에 뿌려 놓은 듯한 작은 불빛들은 끝없이 펼쳐지는 광경이야 말로 우리들에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함을 주기도 한다. 불야성이라고 불려지는 다운타운의 네온빛들도 아름답기가 그지 없다. 어둠은 또 어떤가 그 것은 또 그 것 ..
2023.04.17 -
[산문] 은수원사시나무
녹색의 그 암울했던 시절에 내가 삼년 동안 머물렀었던 강원도 원주땅엔 4월이 되면 바람이 유난히 세차게 불어댔으며 8월이면 연병장 주변에 서있었던 은수원사시나무가 그 특유의 은빛잎새를 바람에 나부끼며 그렇게 서있었던 것 같다. 내가 속해있었던 부대는 영내 철조망 밖으로 멀리 치악산이 바라다 보이고 가깝게는 자유를 상징하는 네마리의 학이 다리끝 양쪽 작은 기둥의 끝에 아름다운 비상을 하려는 듯 두날개를 활짝피고 앉아있는 태장으로 가는 다리인 학다리 바로 옆에 있었다 입대하자 마자 고무신을 꺼꾸로 신고 달아나 버린 첫사랑 아이에 대한 일말의 복수를 꿈꾸고 있던 시절,,,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았을 그 황금같이 빛나던 시절에 내무반 밖으로만 나서면 내 작은몸을 날려버릴 듯 세차게 불어대던 그 바람을 지금도 잊..
2023.04.09 -
[수필] 코스모스
가을날 한낮의 한가로움을 살짝 흔들어 대며 하늘거리며 서있는 길가의 코스모스는 향기는 나지 않지만 언듯 스치고 지나쳐도 보는 것만으로도 쓸쓸해 보이는 듯하여 참 좋은것 같다. 언제였던가 하얀먼지를 흠뻑 뒤집어 쓴체 서있던 코스모스는 해마다 이맘때면 치루워야만 했던 ATT 추계야영훈련작전 강원도 신남에 있는 마지막 집결지로 향하는 아홉사리 고개를 넘는 비포장길가에도 암울했던 내마음 처럼 그렇게 쓸쓸히 피어있었다. 형형색색의 어찌보면 촌스럽기 그지 없는 코스모스가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던지 귀대후 줄빠다를 각오하고 차를 세우고 한웅큼 코스모스를 꺽은 기억도 분명 내 추억속에는 남아있다. 단지 순정을 쫓아 농부의 아내가 되고 농사를 짓느라 까맣고 삐쩍 말라버린 외사촌누이의 빛바랜 미소처럼 코스모스는 그렇게 화려..
2023.04.09 -
이부자리 / 김재곤
이부자리 / 김재곤 행여 잠을 설칠까 밤새 풀먹여 곱게 다려 한땀 한땀 바느질로 깔아놓은 이부자리 어머니의 기도인가 어머니의 사랑인가 팔베게 베고 눈감으니 휘이 휘이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숨죽이며 귀기울이니 도닥 도닥 다듬이 소리도 들려온다
2023.04.09 -
아버지의 머리카락
모친께서 잠시 마트에 가시고 혼자 집을 지키려니 안방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일인가 하여 안방문을 열어보니 병환으로 누워계신 부친께서 나에게 할말이 있으신지 고개를 겨우 나에게로 돌리시며 중얼거리신다. 도무지 무슨말인지 알아들들 수가 없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큰소리고 다시 여쭤보니 머리가 가려우니 긁어 달라고 말씀하신다. 머리 긁는 전용부러쉬로 살살 머리를 빗겨드리다 보니 브러쉬에 걸리는 몇 올 남지 않은 백발의 머리카락이 내마음을 쿡 하고 찌르는 것같다. 살아오면서 너무도 당당하게 사셨기에 가는 세월과 병마에 저토록 무너져 쉼게 부너져 버릴줄을 나는 물론 가족 어느누구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기에 더 마음이 아프게 느껴지는 듯 싶다. 며칠전부터 부친께서는 병환이 더 깊어졌는지 모친과 내가 양쪽..
202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