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자르기

2026. 7. 20. 20:25자작글/자작글

그림출처 / Microsoft Copilot

'머리좀 잘라주세요'

'미장원에서 자르지'

'아뇨 미장원가면 머리 다버려놓아서 난 엄마가 잘라주는게 제일 맘에 들더라구요'

 

만원 한장이면 부자가 된 기분이 들던 참 어렵던 시절 나는 모친께 머리를 자르곤 했다. 물론 모친께서는 왠만한 미용사보다 훨씬 머리를 잘 자르실 정도로 손재주가 좋으시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머리자르는 돈이 나에겐 없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장원에 갈려면 모친께 돈을 타야 했으므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차마 머리자르겠다는 말을 모친께 할수 없었다. 그처럼 그때 나의 경제적 상황은 최악이였으며 참으로 절망적인 처지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미용기구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모친께선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투박한 가위를 사용하여 머리를 자르곤 했는데 머리를 잘라본 사람들은 이해하겠지만 가정용 가위로 머리를 자른다는 것이 생각처럼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고역스런 일이였다그러나 모친께선 아무런 불만도 없이 분홍색 촌스러운 에어프런을 목에 둘러 주시며 돋수 높은 돋보기를 쓰고 아들인 내 머리카락을 잘라 주시곤 했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서 나는 다시 미장원에서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했다. 오느날 나는 모친께 미용가위세트를 선물하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 미용가위를 사기위해 인터넷을 뒤지다가 마음에 드는 가위가 있기에 구입하려다가 마지막 결재 승인 버튼을 누르기전에 생각해보니 모친의 연세가 아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주시기엔 너무도 많으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구매 최소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나는 머리카락 자르는 미용가위가 그렇게 비싼 기구인줄은 몰랐다. 내가 상상했던 예상금액보다 10배는 더 비싼금액이라는 사실을 알고 조금 놀라기는 했다. 그렇다고 미용가위가 비싸서 구입을 취소한것은 아니다. 내작은 효심으로 인해 구매를 포기했던 것이다. 가위를 구입하는 대신 연세가 드시면서 점점 나약해지시는 모친의 건강을 위해 보약을 구매하는 것으로 일단락을 졌다.

 

요즈음에도 가끔 모친께 부탁을 하여 내 머리카락을 자르곤 하는데 모친께서는 여전히 박물관에나 가야할지도 모를 그 오래된 가위를 이용하여 내 머리카락을 잘라주시곤 한다. 

 

그 가위는 내 머리카락만 아니라 다목적 멕가이버 칼처럼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모친께서는 가위를 신주 모시듯 반시고리에 잘 간직하며 옷을 수선하거나 가위를 사용해야 할때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신기한 것은 아들의 머리카락을 자르던 그 투박한 검은 오래된 가위가 모친의 손에 가기만 하면 '멕가이버 칼'보다도 더 쓸모있게 사용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내 생각에 오십년은 족히 되고도 남았을 그 골동품 같은 아니 골동품인 검은빛 나는 가위를 보고 있노라니 그때의 일들이 머리속에 떠오르면서 내 머리카락을 매만지시던 모친의 따스한 손길이 그리워 지는 것 같다.

 

'엄마 내머리카락 자르기가 쉽지는 않으시지요. 머리 자르는 수고비 많이 드릴께요 다음에 집에 가면 내머리카락 좀 예쁘게 잘라 주세요 머리카락을 자를 시기가 온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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