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를 기다리며 / '나는 결국 우리들의 시절에 항복한다.'

2026. 1. 12. 08:29예술이야기/TV드라마

 

TV의 멜로드라마는 유치하다. 그러나 그 유치한 일들을 드라마보다도 훨씬더 유치한 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그런 생각이 든다. 나의 사랑은 어떤 행동을 하든 정당하고 고귀하게 느껴지고 타인의 사랑이 유치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왜냐하면 사랑이라는 돗수 높은 독주를 마시고 만취상태에 빠져버려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우리들의 시절에 항복한다.' 라는 경도의 독백과 함께 해피엔딩으로 서둘러 끝이 나던 '경도를 기다리며' 의 마지막 회를 보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한편으로는 작은 아쉬움이 들기도했다.

 

만약에 드라마에서 경도가 현실에서의 실제 연인들처럼 스페인 말라가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면 둘 사이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사랑에 있어 이별을 했던 연인들의 재회가 드라마처럼 쉽게 혹은 자연스럽게 이루워질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잘알고 있기에 경도와 지우의 재회가 조금은 어설프고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경도와 지우는 성격차이같은 서로의 잘못이 아닌 사회 통념의 잣대로 인해 찢어져버린 관계였기에 현실적으로도 재회할 확률은 있을거란 생각은 들었다.

 

만약에 경도와 지우를 영원한 타인들로 남겨놓고 이 드라마를 마무리 했다면 이 드라마에서 받았던 느낌은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그렇게 내 뇌리속에 오랫동안 남아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쓴 작가는 그 공식을 깨트리고 용감하게 해피엔딩으로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결국 우리들의 시절에 항복한다.' 라는 독백은 경도의 독백일뿐만 아니라 작가의 사랑학에 대한 고해성사 혹은 자백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초로의 길을 걷고 있는 이 나이에 더더욱 어른남자의 입장에서 이런 멜로드라마에 빠져든다는 것은 쉽게 설명할수 없지만 그래서 '우리 나이에 애들이나 보는 멜로드라마를 보고 그래' 라며 주위 친구들조차도 나를 비웃기도 하지만 나는 '경도를 기다리며' 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아닌 또다른 내가 '경도'라는 이름을 달고 드라마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정도로 내 젊은날의 초상과 너무나 닮아있었기에 이 드라마에 깊이 빠져있었던거 같다.

 

나또한 십수년간의 연애끝에 결혼을 했던 사람이고 만나는 동안 두번정도는 정말 아프게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했기에 충분히 경도와 지우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었으며 특히 경도처럼 나도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인 성품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고도 멀리서 혹은 가까이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입장이였기에 경도의 마음을 백번 이해할수 있었던거 같다.

 

더더욱 드라마 각회마다 등장했던 에피소드들이 내가 겪어왔던 에피소드들과 깜짝놀랄정도로 닮아있었다. 드라마에서는 동아리 모임의 연극이였지만 나의 경우는 과대항 축구시합을 할때 응원을 왔던 대학시절의 이야기 혹은 첫휴가때 이유도 모른체 이별통보를 받고 귀대하여 몇달동안 너무 많은 술을 마시다 쓰러져 3개월동안이나 51후송병원에 입원해야 했던일 그러다 제대말년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던 어느날 강원도 부대까지 면회를 왔던 내 군대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경도는 스페인 말라가에서 머물렀지만 나는 벨기에의 부루쉘에 머물렀고 지우는 패션회사 간부였지만 나의 경우는 준 연예인이였기에 서로 서로 조심스럽게 만나야만 했던 부분이 닮아있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마음이 많이 아펏던거 같다.

 

'고도를 기다리며' 라는 연극처럼 고도를 기다리던 경도와 지우는 돌아왔다. 어쩌면 나는 연극처럼 기다리기만 하다가 하늘나라로 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아직도 나의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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