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5. 09:14ㆍ자작글/자작글

잿빛 하늘에서 함박눈이라도 펄펄 내릴 듯한 그런 날이다. 마음은 온통 눈이 내리기를 간절하게 바랬으나 안타깝게도 눈은 내리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유년시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정말 눈이 그것도 함박눈이 펑펑 참 많이 내렸던 거 같다.
어린시절 내가 잠시 살았던 숭의학교 올라가는 남산동에는 겨울이 오기만 하면 언덕길을 오르기가 너무도 힘들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던 것 같다. 어느땐 눈이 너무도 많이 내려 새끼줄을 발에 묶고 비틀거리며 그 길다란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가야만 했던 그런 기억도 난다.
그렇다고 해서 눈이 와서 싫었던 기억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차량을 소유하게 되면서부터 나는 눈내리는 날이 너무도 싫었던 일도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팔팔한 세포를 가지고 있었고 또한 신속한 기동력이 필요 했기에 눈이 내려 도로가 막히는 그런 교통체증이 너무도 싫었던 모양이다.
그러던 내가 요즈음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세상의 사람살이의 법칙과 이치를 깨우쳐서 그런지 빠른 기동력 보다는 흔들리지 않는 안정과 평화를 우선으로 생각되기도 하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길이 막히는 한이 있더라도 함박눈이라도 평펑 내렸으면 하는 염원이 머리 속에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날씨도 그렇구 하여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려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릴 적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종로거리는 거미줄처럼 하늘에 깔려있던 전선을 따라 딩동 거리며 달리던 전차도 있었고 어린우리들의 입맛을 정신없이 유혹하던 퇴계로2가에 있었던 파출소옆 작은 국화빵가게도 있었던거 같다.
일요일이면 결혼식 하객으로 위장하여 답례품으로 나누워주던 모찌떡을 얻기위하여 목숨을 걸고 모험을 했던 기억도 난다. 그 당시 퇴계로2가에는 LCI 라는 커다란 예식장과 지금은 상호를 잃어버렸지만 몇 곳의 예식장이 더 있었던 것 같다.
또한 그 당시에는 우리 남산동 악동들은 우표 모으기가 유행처럼 번져 정신이 없었던 시기였는데 마침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가까이 명동입구에는 중앙우체국이라는 커다란 우체국이 있었기에 진귀한 우표를 얻기 위하여 그 우체국으로 달려가 우표구걸을 했었다.
그곳에 가면 낯선 외국인들이 우편물을 찾으러 오곤 했는데 남산동 악동들과 나는 약간의 두려움과 부끄러움도 잊어버린 체 목숨을 걸고 그 외국인들을 쫓아가 우표 구걸을 하곤 했었다. 외국인의 손에 들여있었던 두툼한 우편물의 표지 상단에 붙어있었던 낯선 외국 우표는 우리들이 보기에는 빛나는 보물보다도 더 빛이 났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그 금발의 낯선 외국인들에게 외치곤 했었다
‘핼로우 잰틀맨 김미 스탬프 김미 스탬프 프리스’
그 당시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친척 누나의 도움으로 손바닥에 한글로 써놓고 부르짖었던 그 어설픈 영어 한마디와 함께 어린시절의 일들이 가슴이 시리도록 내 머릿속으로 떠오르고 있다.
눈이 내릴 것만 같은 그런 우울한 날이라 그런가 유년시절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고 속으로 나즈막하게 속삭여 봅니다.
핼로우 젠틀맨 김미 스탬프 프리스....!!! 2007.02.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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