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4. 15:12ㆍ자작글/자작글

'내가 만약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때 배우 소지섭처럼 나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는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을까,,,!!!'
친구인 배우 박용하군의 죽음을 슬퍼하던 배우 소지섭의 이야기를 메스컴으로 대하면서 '친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 것 같다. 아이러니칼하게도 그런 소지섭같은 진정한 친구를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세상을 떠난 친구가 얼마나 야속하게 느껴지던지 장례기간 내내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던 소지섭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죽은 친구보다 친구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던 살아있는 친구의 모습이 더 슬프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울컥 하며 눈물이 다 나오는 것이였다.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나에게도 저런 소지섭같은 진정한 친구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것이였다. 돌이켜보니 아주 오래전 이차성징이 시작되던 사춘기시절 하루라도 만나지 못하면 견딜수 없었던 친구 들 때문에 잠시 동성애에 빠진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성친구를 알게 되면서 동성애 까지 느끼던 친구라는 의미는 조금씩 퇴색해 가기 시작했고 지천명의 시대에 와선 정말 안타깝게도 친구란 그저 인간의 관계상 어쩔수 없이 어울리게 되는 그런 존재로만 남아있게 되었다.
친구(親舊)란 사전학적인 의미로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뜻하며 벗 혹은 동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영어로는'Friend'라고 하며 보편적인 의미로는 슬플때나, 힘들때나, 좋을때나, 싫을때나 묵묵하게 함께 동행을 해주면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 주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친구와의 우정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로는 '관포지교(管鮑之交)'와 '지란지교(芝蘭之交)' 라는 말이 있다.
유안진 시인의 시 '지란지교를 꿈꾸며'로 잘 알려져 있는 '지란지교(芝蘭之交)'라는 뜻은 공자님의 말씀중에서 따온 '벗을 사귈 때는 지초와 난초처럼 향기롭고 맑은 사귐을 가지라' 라는 뜻을 의미하며 '관포지교(管鮑之交)'란 뜻은 춘추전국시대 '관중(管仲)'과 '포숙아(鮑淑牙)' 사이와 같은 사귐이란 뜻으로, 시세(時勢)를 떠나 친구를 위하는 두터운 우정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사자성어가 생겨난 어원을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바탕이 되어 만들어 졌다고 한다.
춘추 시대 초엽, 제나라에 관중이란 사람과 포숙아라는 두 관리가 있었다. 이들은 죽마 고우로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 관중이 공자 규의 측근(보좌관)으로, 포숙아가 규의 이복 동생인 소백의 측근으로 있을 때 공자의 아버지 양공이 사촌 동생 공손무지에게 시해되자 관중과 포숙아는 각각 공자와 함께 이웃 노나라와 거나라로 망명하게 되었다.
이듬해 공손무지가 살해되자 두 공자는 군위를 다투어 귀국을 서둘렀고 관중과 포숙아는 본의 아니게 정적이 되었다. 관중은 한때 소백을 암살하려 했으나 그가 먼저 귀국하여 환공이라 일컫고 노나라에 공자 규의 처형과 아울러 관중의 압송을 요구했다.
환공이 압송된 관중을죽이려 하자 포숙아는 이렇게 진언했다고 한다. "전하, 제 한 나라만 다스리는 것으로 만족하신다면 신으로도 충분할 것이옵니다. 하오나 천하의 패자가 되시려면 관중을 기용하시오소서." 도량이 넓고 식견이 높은 환공은 신뢰하는 포숙아의 진언을 받아들여 관중을 대부로 중용하고 정사를 맡겼다.
이윽고 재상이 된 관중은 과연 대정치가다운 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倉廩實則知禮節(창름실즉지예절)
衣食足則知榮辱(의식족즉지영욕) 즉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안다. 의식이 풍족해야 영욕을 안다. 라고 말한 관중의 유명한 정치철학이 말해 주듯, 그는 국민 경제의 안정에 입각한 덕본주의의 선정을 베풀어 마침내 환공으로 하여금 춘추의 첫 패자로 군림케 하였다.
이같은 정치적인 성공은 환공의 관용과 관중의 재능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이긴 하지만 그 출발점은 역시 관중에 대한 포숙아의 변함없는 우정에 있었다. 그래서 관중은 훗날 포숙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나는 젊어서 포숙아와 장사를 할 때 늘 이익금을 내가 더 많이 차지했었으나 그는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를 위해 한 사업이 실패하여 그를 궁지에 빠뜨린 일이 있었지만 나를 용렬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일에는 성패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또 벼슬길에 나갔다가는 물러나곤 했었지만 나를 무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게 운이 따르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나는 싸움터에서도 도망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나를 겁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게 노모가 계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를 낳아 준 분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이다"
고백하건데 '나는 왜 관중과 포숙아같은 속깊은 진정한 친구를 가지지 못했을까 '하는 부끄러움과 함께 그들의 우정이 샘나도록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튼 관중과 포숙아 같은 지란지교의 표상 고 박용하와 소지섭의 감동적인 우정에 찬사와 박수를 보내며 유안진님의 시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시를 외워보며 부끄러운 마음을 달래본다. 토요일 장마비가 쏟아져 내려오는 텅빈 새벽이다.
유안진 / 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는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은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은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애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사람이 자기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은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듯이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았는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흰눈 속 침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 하지도 경멸 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며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진 않다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릅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애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하고싶은 일을 하되
미친듯이 몰두하게 되길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묵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우리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않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하리랴
나는 반닫이를 딱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주다가, 안개낀 창문을 열다가
까닭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면
그도 그럴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작고 어리어도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주리라
그러다가 어느날이 홀연이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날 또는 다른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10.07.0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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