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2025. 11. 20. 10:57자작글/자작글

 

가을이 가기전에 자전거 하나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드는지 그 이유는 알수 없지만 자전거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 요즈음이다. 자전거를 보면  자전거에 대한 몇가지의 추억을 가지고 잇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한때 내가 머물렀던 암스테르담에서 여권을 맡기고 렌탈을 하고 빌렸던 낡은 자전거에 대한 기억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머물게 된 네덜란드 암수테르담에서 머물며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해질때면 푸른눈과 하얀피부를 가진 낯선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뚜렷한 목적지도 없이 거미줄처럼 이어져있던 운하를 따라 길게 이어져있는 자전거도로를 아무 생각없이 달려야만 했던 암울했던 기억은 귀국후 몇년동안은 악몽처럼 내 꿈속에 나타나곤 했던거 같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금발머리의 이국적인 소녀가 내곁을 스쳐 지나치면서 남기던 버버리 향수의 향기와 비슷했던 그 낯선 향기를 잊을수가 없다. 먼 이국땅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는 이방인으로써 버버리 향을 남기며 금발의 긴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며 트램이 지나간 기찻길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달리던 이름모를 소녀가 남긴 수채화 같은 그때의 이국적인 풍경은 그냥 이유도없이 뒤따라 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만큼 텅 비어있던 마음을 한바탕 흔들어 놓기엔 충분했던거 같다.

 

그렇듯 자전거는 세월이 많이 흘러버린 지금까지도 이국적인 그 소녀의 모습을 떠나서라도 때론 노스탈져의 그리움처럼 때론 내 외로움의 분신처럼 내가슴에 앙금처럼 남아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는 '자전거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는 것처럼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애용하고 있었다. 중앙역근처에는 4,000여대의 자전거 보관할 수 있는 3층짜리 자전거전용 주차타워가 있을 정도였다. 암스테르담 시민이 75%가 자전거를 소유하고있다고 하니 자전거 전용주차공간이 당연히 필요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암스테르담 시민이 아니라서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짐작으로 적어도 시민의 50%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다보니 자전거에 대한 또한가지 추억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오래전 배낭하나 달랑 메고 오스트리아 짤즈부르크라는 곳을 여행한적이 있었다. 잘쯔브르크라는 도시는 서양 음악사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는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며 다리를 건너 짤짜흐 강변가엔 20세기 음악사를 대표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휘자들 가운데 한 명이며 세계 최고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35년간 종신 지휘자로 군림한, 클래식 음악의 전설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생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무튼 짤쯔부르크 구시가지는 아주 작은 중세시대의 동네같은 아기자기한 규모로 형성되어 있는 곳이라 자전거로 그곳에 있는 명소들을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는 도시였다. 걸어서도 충분히 구시가를 돌아볼수 있었지만 구시가지의 모짜르트대성당 옆에 있는 모짜르트 광장 한편에 자전거를 렌트해주는 곳이 보이길래 자전거를 빌려  중세때부터 이어져 왔다는 그래서 유네스코계문화유산에까지 등재되어 있다는 그 독특한 골목길인 게트라이제거리를 달려 구시가의 여기저기를 자전거를 타고 볼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짤쯔부르크 게이트라이제 골목길에는 독특한 간판들이 걸려있는데 중세시대부터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자들을 위해 글자간판 대신 그 가게의 상징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철판같은 제품으로  모형 및 기타 여러가지 형상으로 만들어 간판을 설치하게 되었다고한다. 아무튼 그 독특한 간판이 걸려있는 케트라이제 골목길을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달리다보니 중세시대로 되돌아온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던거 같다.

 

자전거는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고 있는 존재,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달리는 모습을 상징되기도 하는거 같다.

 

그래서일까 갱단의 이야기 '내일을 향해 쏴라' 라는 영화에서 폴 뉴먼이 케서린 로스를 자전거 앞에 태우고 달리는 장면이 생각난다. 그 장면에 깔리던 비제이 토마스(B. J. Thomas)가 부른 레인 드롭스 킵 폴링 온 마이 헤드(Rain Drops Keep Fallin' On My Hed)라는 노래도 정말 환상적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국내에선 '책을 읽어주는 남자'라는 영화제목 타이틀이 붙었던 더 리더(The Reader) 라는 15세 소년과 36세 여인의 사랑 속에 역사,죄의식,사랑,윤리에 대한 통찰을 담은 영화에서 주인공 남녀가 소풍을 가기위해 자전거를 타고 갈대밭사이로 달려가던 아름다운 장면도 빼놓을수 없는 자전거에 관련된 이야기다.

 

영화뿐만 아니라 많은 문학작품에서 자전거를 소재로 삼은 이야기들이 수없이 많이 있을만큼 자전거는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사람들의 감성과 낭만까지도 함유되어 있는 신기한 소품인거 같다.

 

봄바람이 불던 때부터 시작한 나의 분주한 삶속에서 무더운 더위 지루한 장마로 채워져 있었던 여름을 보내고 다시 맞이한 새로운 계절 가을앞에 서있다 보니 육만사천오백구십가지도 더될듯 싶은 상념들이 내 머리속에서 꼬리를 물고 늘어지고 있는 것 같다. 때론 환상적인 풍경으로 나를 적시며 안개가 몰려오고 있는 10월의 새벽 거리를 낡은 자전거라도 좋으니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로 달려가고 싶은 요즈음이다.

 

Rain Drops Keep Fallin' On My Hed / B. J. Thomas

https://youtu.be/_VyA2f6hGW4?si=WZGjSfSjrVfGXZ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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