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채비

2025. 12. 8. 23:52자작글/자작글

 

늦가을과 초겨울 초입시기가 되면 모친께서는 손수 털실로 목도리를 짜서 인형들의 목에 걸어주시곤 한다. 반려동물들에겐 그럴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인형들에게 해주는 일은 드문일이기 때문에 처음엔 의아하기도 했다. 물론 나뿐아니라 우리 형제자매들의 어린시절의 옷들은 거의 모친께서 직접 디자인을 해서 만들어주신 옷들이였기에 놀라운 일은 아니였지만 살아있지 않은 인형에게 해주시는 것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자식들이 이제 모두 70살을 넘어선 노인들이고 손자손녀들은 물론 3세인 증손주들까지 모두 성인이 되었으니 마땅히 내리 사랑과 당신의 솜씨를 발휘할 대상이 어쩔수 없이 인형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에 마음이 숙연해 지기까지 했다. 물론 증손녀들 모두가 성인이 된 것은 아니다. 모친께서 100세를 눈앞에 두고 계시고 서로의 여건상 자주 소통을 하지 못하다보니 증손녀아이에까지 미치지 못하는 내리 사랑의 아쉬움을 인형을 통해 표현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모친께서는 금년에도 모친의 평생 루틴처럼 곱게 빨아 봄 여름 가을동안 모친의 안방장농에 고이 넣어두었던 털실목두리를 꺼내 인형들에게 둘러주시며 겨울채비를 하셨다. 그럼에도 나는 베짱이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도 머뭇거리며 겨울채비를 미뤄두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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