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호 - 마량포구 - 서천군 - 충남

2023. 8. 30. 15:06창작사진/배 비행기 기차 공항 항구

 

200여 년 전인 181694일 오후 3. 마량포구 앞바다에 영국 함대 소속 배 두 척이 닻을 내렸다. 조선인이 목격한 최초의 이양선(異樣船)이다. 235t짜리 배 리라호가 선두에 섰고, 리라호의 네 배쯤 되는 1101t 거함 알세스트호가 뒤를 따라 들어왔다.

 

이 두 척의 배는 7개월 전 동인도회사 상업보호를 위해 중국 사절단으로 파견한 윌리엄 애머스트 경 일행을 태우고 영국을 출발했다. 브라질을 경유하는 6개월에 걸친 긴 항해 끝에 중국에 도착해 임무를 마친 두 척의 배는 본국으로부터 조선 서해안 일대를 탐사하라는 훈령을 받는다. 훈령을 받은 영국 함대는 조선의 서해안을 찾아 들어와서 마량에 처음 닻을 내렸다.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배가 마량포구 앞에 나타나자 조선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당시 마량은 성을 쌓고 수군이 진주해 있던 군사기지였다. 수군 부대의 대장 격인 마량첨사 조대복, 그리고 지금으로 치면 군수격인 현감 벼슬의 이승렬이 판옥선을 타고 닻을 내린 영국 함선으로 향했다. 영국 함대와 조선 관료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튿날 홀은 조대복과 이승렬을 아침 식사에 초대했다. 체리 브랜디와 럼주가 곁들여진 융숭한 식사였다. 식사 후 조대복과 이승렬이 선장실에 꽂혀 있던 책에 관심을 보였고 이를 눈치챈 홀은 책을 선물했다. 이승렬이 먼저 뽑아 든 건 값비싼 브리태니커 사전이었으나, 홀은 대신 성경책을 선물로 전달했다. 이게 바로 조선 땅에 최초로 전해진 성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