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 / 황경신
빈 의자 / 황경신 나는 여태 이렇게 비어 있고너는 여태 그렇게 비어 있어그러한 대수롭지 않은 운명으로 만나대단치 않은 것처럼 곁을 훔치다가모든 것이 채워지는 인생은 시시하다고 중얼거리며밀쳐내는 이유를 만들기도 하다가붙잡을 것 없는 텅빈 밤이면너의 텅빈 마음을 파고드는 꿈을 꾸기도 하다가아직 이렇게 비어 있는 나는아직 그렇게 비어 있는 너 때문인지도 모르니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조금 더 비워두기로 한다
2023.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