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14. 07:48ㆍ가톨릭
김대건 신부는 황포항 외진 곳에 상륙해서 강경 사람 구순오 집에 한 달 남짓 머물며 첫 사목활동을 했다고 한다. 구순오의 집은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 위치는 이 기념공원 옆으로 남아 있다.
시로 쓴 김대건 신부 / 김남조
말할 수 없어라
온 세상의 말을 가진다 해도
이 한 가지 신비
나타낼 수 없어라
신의 특별하신 간택이
만인 중에서 가려 뽑은 자에게
성령으로
불의 인을 찍으시고
주의 보혈을
따르어 먹이심을
이제 그는
주 안에 거하리니
곧 주의 사람이라
생명이여
원자로의 불과 같이
오직 타오를 줄만 아는
성령받은
그 생명이여
작도날보다
더 가혹한 형구로도 못 당했으니
마흔 번 문초에도
별의 눈빛
흐리지않고
옷 벗기우고
얼굴에 회칠
화살을 두 귀에 꽂아
주릿대 돌린 다음
여덟 번 난도질로 목 베어져도
입가에 머무는 건
봄바람 이는
미소
노래할 수 없어라
신앙의 신비 내 한평생으로도
노래할 수 없어라
간택의
화인 그 한번에
억만 불씨 돋아나서
마음과 몸과 뼈 속의 골수까지
불이라 불
마침내 전령이
불 되는 거
몸 안에
생수 물줄기 뿜어나서
살아 생전 목마르지 않고
참수의 형장에도
옥빛 물보라의 흡족한
해갈인 걸
생명이여
조선의 왕권으로도
그의 참 생명은 머리털 한 오라기
못 다쳤느니라
헤아릴 수 없어라
그저 놀랍기만 하고
어질어질 못 믿겠기만 하고
크낙한 절망이 와 버린 때처럼
눈앞이 캄캄할 뿐
더 있다면
어린이 같은 울음
아아
사랑때문에
하늘이 땅 되는 일도 있다더니
사랑 때문에
땅이 하늘에 다다름도
예 있음을
그 몸
주앞에 불사르는
사람촛불이옵고
스물다섯의 지순 동정
속죄양 되옵느니
오직
이겨레를 구할
그리스도의 진리가
천지에 만발케 하소서
이 한 가지 빌 뿐
한국 최초의 방인 사제
김대건 신부는
흙에 불과한 사람의 몸으로서
신성한 하늘 불가마에 굽히니
보배로이 쓰시는
하느님의 도구라
주의 나라의 열쇠를
그 손에 전수하시네
알 수 없어라
부르는 이와 부름을 받은 이의
오묘한 역사
완미한 성취
찬미하느니
성총과 전능의 샘이신
야훼 하느님과 그 독생 성자와
가시밭 피밭에 세워진
주의 성교회
오늘은 그 지붕이
세계를 덮고 있음을
기뻐할꺼나
어쩌면
슬퍼할꺼나
주 축성의 품안에
높이 들어 올려져
지금은
별처럼 총총한
그리스도의 교회
그 넘치고 모자람을,
아름답고 미움을,
의와 불의
아직 어리고 아직 흔들리며
아직도 덜 데워진
사람의 마음들을
잠잠히 지켜보는
성실한 염려
큰 축원의
김대건 신부
그를.
'가톨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광장가는길 -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 서울시 (0) | 2024.02.01 |
---|---|
서 있는 사람들 / 정현 - 하늘정원 -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 서울시 (0) | 2024.02.01 |
천주당 - 강경성지성당 - 강경읍 - 논산시 - 충남 (0) | 2024.01.14 |
강경성지성당 - 강경읍 - 논산시 - 충남 (0) | 2024.01.14 |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 서울시 (0) | 2024.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