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이 아버님께

2024. 4. 22. 10:37좋은글

 

워늬 아바님ᄭᅴ 샹ᄇᆡᆨ - 병슐 뉴월 초ᄒᆞᄅᆞᆫ날 지븨셔

 

자내 샹해 날ᄃᆞ려 닐오ᄃᆡ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ᄒᆞᆷᄭᅴ 죽쟈 ᄒᆞ시더니 엇디ᄒᆞ야 나ᄅᆞᆯ 두고 자내 몬져 가시ᄂᆞᆫ 날ᄒᆞ고 ᄌᆞ식ᄒᆞ며 뉘긔 걸ᄒᆞ야 엇디ᄒᆞ야 살라 ᄒᆞ야 다 더디고 자내 몬져 가시ᄂᆞᆫ고 자내 날 향ᄒᆡ ᄆᆞᄋᆞ믈 엇디 가지며 나ᄂᆞᆫ 자내 향ᄒᆡ ᄆᆞᄋᆞ믈 엇디 가지던고 

 

ᄆᆡ양 자내ᄃᆞ려 내 닐오ᄃᆡ ᄒᆞᆫᄃᆡ 누어셔 이 보소 ᄂᆞᆷ도 우리ᄀᆞ티 서ᄅᆞ 에엿ᄲᅵ 녀겨 ᄉᆞ랑ᄒᆞ리 ᄂᆞᆷ도 우리 ᄀᆞᄐᆞᆫ가 ᄒᆞ야 자내ᄃᆞ려 니ᄅᆞ더니 엇디 그런 이ᄅᆞᆯ ᄉᆡᆼ각디 아녀 나ᄅᆞᆯ ᄇᆞ리고 몬져 가시ᄂᆞᆫ고 자내 여ᄒᆡ고 아ᄆᆞ려 내 살 셰 업ᄉᆞ니 수이 자내 ᄒᆞᆫᄃᆡ 가져 ᄒᆞ니 날 ᄃᆞ려가소 자내 향ᄒᆡ ᄆᆞᄋᆞ믈 ᄎᆞᄉᆡᆼ 니ᄌᆞᆯ 줄리 업ᄉᆞ니 아ᄆᆞ려 셜운 ᄠᅳ디 ᄀᆞ이 업ᄉᆞ니 이 내 안ᄒᆞᆯ 어ᄃᆡ다가 두고 ᄌᆞ식 ᄃᆞ리고 자내ᄅᆞᆯ 그려 살려뇨 ᄒᆞ노이다 

 

이 내 유무 보시고 내 ᄭᅮ메 ᄌᆞ셰 와 니ᄅᆞ소 내 ᄭᅮ메 이 보신 말 ᄌᆞ셰 듣고져 ᄒᆞ야 이리 서 년뇌 ᄌᆞ셰 보시고 날ᄃᆞ려 니ᄅᆞ소 자내 내 ᄇᆡᆫ ᄌᆞ식 나거든 보고 사롤 일 ᄒᆞ고 그리 가시ᄃᆡ ᄇᆡᆫ ᄌᆞ식 나거든 누ᄅᆞᆯ 아바 ᄒᆞ라 ᄒᆞ시ᄂᆞᆫ고 아ᄆᆞ려 ᄒᆞᆫᄃᆞᆯ 내 안 ᄀᆞᄐᆞᆯ가

 

이런 텬디 가슨 ᄒᆞᆫ이리 하ᄂᆞᆯ 아래 ᄯᅩ 이실가 자내ᄂᆞᆫ ᄒᆞᆫ갓 그리 가 겨실 ᄲᅮ거니와 아ᄆᆞ려 ᄒᆞᆫᄃᆞᆯ 내 안 ᄀᆞ티 셜울가 그지그지 ᄀᆞ이업서 다 몯 서 대강  뎍뇌 이 유무 ᄌᆞ셰 보시고 내 ᄭᅮ메 ᄌᆞ셰와 뵈고 ᄌᆞ셰 니르소 나ᄂᆞᆫ ᄭᅮ믈 자내 보려 믿고 인뇌이다 몰래 뵈쇼셔

 

하 그지그지 업서 이만 젹뇌이다

 

 

원이 아버님께 올림--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추신

1998년에 안동시 정상동에서는 택지 개발이 한창이었고, 이때 개발 구역 내에 있는 선산의 대대적인 묘지 이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안동대학교 측도 만일의 발견에 대비해 관련 유물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한 문중이 조상의 묘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한 무연고 묘지를 발견한다. 이후 고성 이씨 집안의 묘임을 확인하고 고성 이씨 문중들에게 이를 알렸다. 이윽고 묘지의 이장과 함께 발굴에 들어갔으며, 75점의 유물과 함께  부인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와 편지가 발견되었다.

 

편지는 438년전 1586년 이응태(李應台)의 부인이 서른한 살의 나이로 아내와 뱃속 아이를 남겨둔 채 요절한 그를 그리며 쓴 간찰이였다. 필사본이 아닌 친필 원본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기 때문에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중국 국영 TV에서도 관련 방송을 통해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