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7. 18:46ㆍ자작글/산문
호박꽃 및 개나리꽃의 빛깔은 노랑색 그것도 진노랑색이다. 잘못 선택이라도 하면 그 색은 촌스럽기 짝이 없는 색이다. 그러나 병아리를 비롯하여 학생셔틀버스의 빛깔 그리고 유치원의 원복등 사람들이 보호를 요하는 것들에 있어선 어김없이 그 노랑색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 색자체가 여리게 느껴지나 보다.
노랑색은 따뜻하고 풍부한 색깔이라고 한다. 태양을 상징하는 노랑색은 햇빛 가득한 날의 기쁨과 찬란함을 느끼게 해 주며 햇빛, 황금, 해바라기, 그리고 레몬, 자몽 같은 감귤류를 연상케 하는 노랑색은 봄날의 햇살 같은 에너지가 넘치는 색이라고 한다.
이렇듯 태양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노랑색의 상징성 때문에 노랑색은 가을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에서도 많이 사용되었다. 노랑색의 상징과 의미는 각 문화권 별로 비슷하기도 하고 크게 차이가 나기도 하는데 동양에서는 왕실이나 불교와 같은 종교 의례에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신성함을 상징하는데 비해 서양에서는 비겁과 편견을 상징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 하고 있는 모양이다.
보도에 관한 근본적인 기능, 취지나 윤리보다는 판매부수 등 영리에 집중하여 자극적, 선정적인 소재나 가짜 뉴스 등을 보도하는 언론사를 가리키는 황색 언론(Yellow Journalism)이라는 말은 노랑색을 나쁜 의미로 사용한 대표적인 경우이며 예수를 밀고한 가롯 유다의 옷 색깔이 노랑색이었다고 해서 배반을 뜻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노랑색의 이미지는 밝은 느낌, 행복, 경쾌함 같은 것들이다. 그렇기에 노랑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외향적이고 활기찬 성격이라고도 한다.
노랑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머 감각과 창의력이 뛰어난 경우도 많으며 이러한 분석은 빨강색, 주황색, 노랑색 같은 따뜻한 색 계열이 사람의 감정을 흥분시키고 고양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사실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나도 대학시절에 PTA에서 판매했던 노랑색 반팔 티셔스를 즐겨 입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장동건이도 아니면서 그 많은 색 중에서 하필이면 그 빛깔을 선택하여 입고 다녔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러나 그때가 아니였다면 용감하게 선택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노랑빛깔마져도 아무런 거부감이 없이 받쳐주었던 젊은 시절의 그 빛나던 모습이 때론 그립기도 하다.
그리고 비틀즈가 부른 노란잠수함이라는 뜻의 엘로 써브마린(Yellow Submarine)이라는 노래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더 오래전에 노랑색에 대한 강렬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데 고등학교 1학년때쯤인가 사촌조카가 서울 리라국민학교를 다녔다. 남산 KBS방송국옆에 있었던 부잣집 아이들만 다닐 수 있었던 그 리라국민학교는 속옷부터 가방 심지어는 연필까지 온통 노랑색이였다.
지금도 그 학교가 존재하는지 지금도 그때처럼 노랑색만 사용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노랑빤스 노랑 손수건 노랑 가방 노란 연필 하며 놀리면 질질 짜며 그 학교에 안다니겠다고 땡깡을 부리던 녀석이 생각난다. 그 노랑색 병아리 조카녀석은 연대 치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치과 원장으로 멋진 삶을 살고 있다.
아무튼 지금은 노랑색을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부터 노랑색을 좋아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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