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야기 / 김재곤

2023. 3. 26. 09:15자작글/자작시

이별이야기 / 김재곤

 

초라한 술상위에

끝내지 못한 이야기는

잔밥이 되어 버려지고

 

유리잔에 따라놓은

비우지 못한 말들은

파문을 일으키며 떨고 있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거였나보다

 

술잔을 부딛치며

함께 마시다

바닥에 쓰러지고 마는

비어버린 술병같은

단지 그런거였나 보다

 

술잔에 채워놓은

마지막 인사가 두려워

팽겨쳐 쓰러져버린

 

빈술병으로 기어들어가

나를 가둔다

 

여전히 빈 술병들은

바닥에 쓰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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