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는 있다 / 김재곤
2023. 5. 15. 09:31ㆍ자작글/자작시
파랑새는 있다 / 김재곤
어둠속에 묻혀있는 로터리
풀죽은 가로등아래
로타리패 일당잡부들이 서성거린다.
영하10도의 꽃시샘추위는
동동거리는 몸짓마져 얼려버리고
외투사이로 황소바람 같은
찬바람이 스며들어가 듯
엷은 옷깃을 자꾸만 여미고 있다.
엇저녁 동네 수퍼에서 외상으로
홧김에 마셔버린 깡소주의 취기는
해장도 하지못해
쓰리기만 한 속을 뒤집어 놓고 있는데
와야할 봉고차는 콧 빼기도 보이지않는다.
오늘마져 공을치면 벌써 일주일 째
차거운 별빛사이로
석달 째 집세가 밀렸다고 아우성치는
집주인 성화에
화가난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던
마누라의 무서운 눈빛이
등록금 미납으로 주죽이 들어있는
새끼의 가련한 눈빛이
비수처럼 텅빈 가슴에 꽃힌다.
동녁이 여명으로 빛이 날때까지
낡은 봉고차는 오지 않았다.
수채구멍에 쳐박혀버린 삼류인생
비록 일당잡부이긴 하지만
가난한 삶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축 쳐진 어께 푹 숙인 고개로
집으로 되돌아 가는 뒷모습을
하얀달이 맥없이 내려다 보고 있다.
속으로 되뇌여 본다
"내일은 일자리가 분명 있을꺼구만"
그렇다
아무리 세상이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파랑새는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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