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 소리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2024.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