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2024. 11. 8. 07:28좋은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정하의 '돌아가고 싶은날의 풍경' 중에서  (0) 2024.11.08
패러독스(역설) / 김용호  (0) 2024.11.08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 정호승   (0) 2024.11.07
11월 / 나태주  (0) 2024.11.03
모래시계 / 정호승  (0) 202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