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역설) / 김용호

2024. 11. 8. 07:47좋은시

패러독스(역설) / 김용호
 

*그리하여 내 사랑은 영원히 유폐(幽閉)의 운명을 등에 지고 뻗을 곳 없는 내 정열은 우울의 화석(化石)이 되고 말았다.*

 

극과 극은

그렇게도 멀었고

극과 극은

그렇게도 가까웠다

 

언어의 파라독스를

하나의 진리로서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을

나는 불행으로 생각지 않는다

 

회오리바람이 뜨거운 정열을 몰아

그를 껴안을 기회를 갖다 주었어도

이성의 차디 찬 단념의 칼날은

끝내 그이의 행복을 뺏지 않았다

 

그이의 행복이란

모든 것에 가난한

내 앞을 떠나는 것이었다

나는 최후의 이 자리에서

뒤끓는 심장의 고동을

땅 위에 꽂았다

 

새파랗게 질린

내 입술은

잠자리 날개처럼 떨렸으나

다음의 말은

뼈아프게 똑똑히 하였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