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의 '돌아가고 싶은날의 풍경' 중에서

2024. 11. 8. 07:48좋은시

이상한 일입니다.
사랑을 나눠 보면 슬픔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도
사람들은 사랑을 하지 못해 안달입니다.

약간의 기쁨,
그 불확실한 기쁨을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 전체가 슬픔에 젖어 산다 해도
능히 그것을 감수하거든요.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어이없는 일이 지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벌어질 것이니.

내게도 그런때가 있었습니다.
구석진 골방에 쳐박혀 죄없는 담배만 죽이던,
긴 밤 내내 전해 주지도 못할 사연들만 끼적이다
날이 뿌옇게 새던 그 시절,

그때 사랑은 결코 환희가 아니었습니다.

밝으면 밝을수록 비친 이면에
깊숙이 도사리고 있던 어둠이라고나 할까요.

당연히
달콤하고 황홀한 것이라고만 상상하던 나에게
사랑은
너무나 혹독한 시련으로 다가왔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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