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 / 박인환

2024. 10. 4. 05:29좋은시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명동에 있던 선술집인 경상도집이란 술집에서 시상이 떠오른 박인환이 즉석에서 시를 짓고, 옆에 있던 작곡가 이진섭이 곡을 쓰고, 임만섭이 노래를 불러 탄생한 세월이 가면의 탄생배경은 명동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일화다.

 

살아생전 박인환은 시인 이상(李箱)을 좋아했다. 술은 조니 워커 위스키와 담배는 카멜을 선호했다. 이상의 기일인 1956317일 오후부터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이상의 문학을 기리며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셔댄다(이상이 실제로 죽은 날짜는 1937417일 새벽이다). 이렇게 사흘간의 폭음 탓에 결국  1956년 320일 밤 9시에 종로구 세종로 135번지(교보빌딩 부근) 자택에서 급성 알콜중독성 심장마비로 요절했다.

 

 

세월이 가면 / 박인희 

https://youtu.be/25oXoRon05o?si=eW0ygnMZCRH3Vb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