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27 21:18:05

2023. 3. 4. 09:52자작글/일기

어젯밤엔 신촌로터리부근에서 고교동창산악회 시무식이 있었다. 시무식 그러니까 대단한거 같지만 사실은 새해도 밝았고 그동안 무사히 살아는 있나 혹은 얼마나 늙었나 서로 확인을 하기위하여 호연지기를 핑게삼아 만나 저녁먹고 술마시는 그런날이다. 친구들 중 와이프에게 꽉 잡혀 살고 있는 어떤 친구는 와이프에게 외박증도 당당히 끊고 나오기도 하는 그런 핑게대기 좋은날이기도 하다.

 

퇴근하자 마자 서둘러 약속장소로 달려가려 했으나 불행하게도 강변북로에서 그만 교통 체증에 걸리는 바람에 한 시간정도 지각을 하고 말았다. 약속장소인 형제갈비집에 도착했을땐 이미 그곳엔 술판이 질탕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지각한 벌주로 친구녀석들이 억지로 권한 소주..!!!

 

순식간에 다섯잔의 소주를 들이킨 나는 그만 치사량을 넘긴 주량탓으로 하여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그리고 몇순배의 술잔이 더 돌았고 알코올분해효소를 남들보다 적게 가지고 있던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깜짝놀라 눈을 떠보니 마광수 교수가 만들어 냈던 사연많은 여인 바로 그 사라가 뜨거운 사랑을 펼치곤 했던 장미여관 근처 찜질방에 누워 있는거였다.

 

매점에서 커피한잔을 사다 마시며 정신을 차리고 옆을 보니 에넥스 대리점 사장 캅스가 코를 골며 누워있었다. 끊어진 필름을 연결하여 생각해보니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돌아가던 녀석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노래방이였어...내가 노래방에서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뻗어버린것이였다. 술취한 나를 내버려 둘수 없었던 의리의 싸나이 캅스는 축늘어진 나를 부축하여 찜질방으로 데리고온후 어쩔수없이 함께 잠을 잔 모양이였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폐쇄공포증을 지니고 있던 나는 찜질방의 그 더운 공기에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 마땅히 해야할 일도 없기에 미안했지만 캅스의 머리맡에 먼저 간다는 메모를 남기고 무작정 거리로 나왔다. 오마이갇,,!!! 그 시간에 찜질방 근처 작은 선술집엔 술을 마시는 젊은이들로 가득 차있었다.

 

이 늦은밤인지 이른새벽인지 모를 야심한 시간까지 술집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젊은이들이 내눈에는 참으로 기이하게 보였다. 보헤미안의 자유를 외치며 갑갑한 통행금지시대를 살았던 우리때와는 달리 세상이 참으로 많이 변해있는 것 같았다. 시간,공간,의식,문화 기타등등

 

정신도 차릴겸 잠시 신촌의 새벽거리를 산책하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와왔다. 여전히 방향감각이 없을 정도로 머리속은 얼떨떨하고 숙취로 인해 속은 쓰리기는 했지만 생존을 위한 회사로의 출근은 해야 했기에 죄없는 넥타이를 쫄라매는 것으로 흩으러진 몸과 마음을 바로 잡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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