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4. 09:54ㆍ자작글/일기
김천에 다녀왔다. 경부선 무궁화 열차를 타고 6년전에 출가를 하여 스님이 된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다녀왔다, 고교시절 형제처럼 지냈던 절친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보는 순간 그 친구의 빡빡깍은 머리가 조금 무섭게 다가왔다. 순간 반말을 해야할지 경어를 사용해야할지 맨붕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냥 처음부터 모르던 사람들이였다면 그러진 않았을거 같다. 속세의 많은 추억들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기에 그 낯선모습이 충격적이였고 너무나 생소하게 느껴졌기에 더 크게 더많이 그런 어색한 느낌이 들었었나보다.
정말 오랫만에 만나게 된 친구였기에 약속을 하던 그순간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 같은 생각에 나름 들떠있었지만 막상 만나고 보니 할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서로를 바라다 보며 씨익 웃어주는 것으로 서로를 이해하고자 했던거 같다, 점심시간엔 공양실에서 산채 비빔밥을 점심으로 먹었으며 그가 정성것 만들어주는 심도 깊은 녹차도 함께 마셨다. 할말은 많았지만 솔직히 친구입장을 벗어난 종교인 스님앞에서는 속세의 일들을 편하고 자유롭게 공유할 수가 없었다. 이런 저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이 되어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법당을 나와 마당을 거쳐 일주문을 막 나설때 배웅나온 친구가 말했다.
"친구야 잘살어,,,,,,"
",,,,,,,,,,,,,,,,,,,,,,,,,,,"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죽마고우이긴 하나 승복을 입고 염주알을 들고 있는 낯선 스님에게는 머라고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아무 것도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날때처럼 그냥 씨익 웃으며 그가 불러놓았던 콜택시를 타고 사찰을 빠져 나오고 말았다. 그랬던거 같다. 이제는 그는 수도승으로 나는 속세의 사회인으로 서로 다른길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과 한때 깊이 맺어졌던 인연을 접고 그저 마음속으로만 기억하며 남겨진 생을 채우고 살아야 하는,,,,그렇게 기억속에서나 존재하는 사람들로 남아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랬던 모양이다. 혹씨나 하여 가지고 간 레드와인은 그냥 종무소에 살짝 놓고 왔다.
집으로 돌아와 술을 한잔 마시고 싶었으나 참았다. 괜히 마음이 쓸쓸하고 참으로 막막한 느낌이 드는 그런날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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