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카신비

2023. 3. 26. 10:32가톨릭

 

파스카 신비

 

우리는 흔히 "부활 주일"이라느니 또는 "부활시기"라는 표현을 예사로 사용하지만, 교회의 공식 전례서는 "파스카 주일" 또는 "파스카 시기"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파스카라는 말은 히브리어에서 나온 말로, 그 원래 뜻은 "지나가다, 건너가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파스카""부활"이란 말로 바꾼 것은 아마, 파스카 시기의 주제가 바로 예수님의 부활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엄밀히 말해서 부활은 파스카 시기의 주제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파스카가 곧 부활은 아닙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파스카의 본래 뜻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구약의 파스카

 

원래 파스카는 히브리인이 에집트에서 탈출하여 계약을 맺고 하느님의 백성이 된 것을 기념하여 지내는 축제로서, 우리나라 성서에는 "과월절""무교절"로 번역된 이스라엘의 두 축제를 모두 가리킵니다. 이 모두는, 모세의 인도로 에집트를 탈출할 때 이스라엘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 "누룩 안 든 빵"을 준비하고(무교절), 또 어린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바름으로써 죽음의 천사가 그냥 지나갔던 것을 기념하며(과월절), 시나이 사막에서는 어린양을 잡아 그 피를 뿌리며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일을 기억하는 축제입니다. 이는 곧 종살이에서 해방으로의 건너감,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감, 종에서 하느님의 백성으로 건너감을 기념하면서 이렇게 이루어진 구원이 완전히 성취되는 날을 고대하는 축제였으니, 이것이 구약의 파스카입니다.

 

신약의 파스카

 

예수님도 바로 이 파스카 축제를 지내는 동안 최후 만찬을 거행하시면서 성체성사를 세우셨는데, 이는 바로 며칠 후 당신의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만찬 형태를 빌려 미리 앞당겨 지내신 것입니다. 구약의 파스카에서 어린양의 피로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듯이, 신약에서는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님의 피(죽음)로 하느님과 "새로운 계약"을 맺음으로써 우리는 죄의 종으로부터 하느님의 백성으로 건너갔고 따라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신약의 파스카입니다.

 

파스카축일의 기원

 

성서에 근거하여 살펴볼 때 성령강림 이후부터 파스카 축일을 지낸 듯합니다. 기록상으로는 2세기에 이미 파스카 축일을 지냈고, 첫 보편 공의회였던 니체아 공의회(325)에서는 춘분 후의 보름 다음에 오는 주일에 파스카 축일을 지내도록 명시하였고, 이러한 관행은 지금까지 온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보았듯이 파스카 시기가 결코 예수님의 부활만을 축하하는 시기가 아니라,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행적과 신비 전체를 돌아보는 시기이기 때문에, 넓은 의미로는 파스카를 준비하는 시기인 사순시기부터 파스카 시기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좁은 의미의 파스카 시기는 성 목요일의 오후에 이루어지는 "주의 만찬 미사"가 그 시작이며, 파스카 축일의 주일부터 50일 후가 되는 성령강림절로써 파스카 시기가 끝납니다.

 

성삼일(성 목요일, 성 금요일, 성 토요일, 파스카 주일)

 

한때 성 토요일까지 사순절에 포함된다고 보았으나, 이는 잘못된 신학에 근거하여 중세 때 그렇게 된 것으로서, 지금은 성삼일이 바로 파스카 축일입니다. 다시 말해서 성삼일은, "삼 일에 걸쳐 지내는 파스카 축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성삼일에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사건을 역사적 순서에 따라 지내는데, 이러한 관행은 4세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성삼일은 성 금요일(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성 토요일(무덤에 묻히심), 주일(부활)을 가리켰으나, 4세기에 최후 만찬을 함께 지내게 됨으로써 성 목요일의 만찬 미사까지 포함하게 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