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섬 / 이성복
2023. 9. 15. 20:44ㆍ좋은시
검은 섬 / 이성복
방파제 끝에 검은 섬이 떠 있고
담배꽁초를 버리면 저 아래,
아주 낮은곳에서 불 꺼지는 소리 들렸다
방파제 따라 섬에 들어가면 아직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남은 우리의 눈빛을
빨아들이는 검은 섬
저의 발치에 우리를
놀게 하면서도 다만 근심으로 떠 있는 검은 섬,
거기에도 붉은 유도화 비명 같은 꽃을
내지르고 두근거리는 가슴처럼
초록 파도 밤새 설레이겠지만,
콘크리트 방파제 끝에 검은 섬이 있고,
우리는 방파제 중간에서 돌아 나온다
다만 피할 수 없이 거기 떠 있는 운명,
볼록렌즈의 보이지 않는 초점처럼
검은 섬이 있어서 밤새 우리 몸이
타 들어가도 새벽빛 비치면 검은 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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