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 곽재구

2023. 9. 20. 06:57좋은시

 

/ 곽재구

 

​​섬이

물위에 떠 있는 것은

함께 지낸 이가 물 안에 누워 있기 때문이다

 

북국으로 날아가는 새들이

함께 가지 못하는 살붙이 형제들을

그리워하며

꺼억꺽 목놓아 울

둥지 하나를 놓아주기 위함이다

 

달이 환한 밤

자신의 다리뼈로 만든 피리를 불며 오는 사내에게

당신이 찾는 뼈들이

여기 누워 있어요

이정표가 되어주기 위함이다

 

별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은

지상에 얼마나 많은 서러운 섬이

홀로 고요히 노래를 부르는지 알기 때문이다

 

육신은 때로

얼마나 가슴 저미는 환영인지

스스로의 눈물 안에 소금을 뿌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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