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잎의 여자 / 오규원

2024. 11. 8. 07:49좋은시

 

한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詩集)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같은 슬픈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