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 / 김림

2024. 6. 24. 10:21자작글/일기

 

어제 일요일 업무상 속초 고성을 다녀오면서 귀가길에 주말 주차장이 되어버린 고속도로보다는 한적한 국도를 달려보자라는 마음으로 몇십년만에 미시령고개를 넘게 되었다

 

미시령휴게실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자는 계획은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구름에 의해 무산되고 말았다. 물론 미시령휴게실은 오래전에 폐쇄가 되어 사라지고 없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2011년 1월 폐쇄 2016년7월 철거가 되었다고 한다.

 

정상부근에서 구름이 몰려온 미시령고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차를 세울 곳이 마땅하지가 않아 아쉽게 미시령 고개만 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그렇게 우리들 기억속에 남아있던 곳들이 세월에 의해 혹은 문명의 개발에 의해 하나 하나 사라져버리는 것이 참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다. 다음 출장때엔 한계령과 대관령을 한번씩 넘어봐야겠다.

 

 

미시령 / 김림

 

가파른 고립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오래전 종적을 감춘 길, 나보다 앞선 이들이 태고의 침묵 속으로 가는 동안 나의 눈동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과녁에 고정되었다. 여전히 산마루는 완강히 금을 그은 채 다가오지 말라고 한다. 얼마나 많은 걸음들이 경계 앞에서 돌아섰을까. 금단의 선을 넘은 이들은 돌이 되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저마다 제 몸 가득 묘비명을 새긴 채.

 

‘김림, 여기 깃들다.’

 

속초 밤바다에 누워 낮에 두고 온 미시령을 꺼내어본다. 한 치의 접근도 허락지 않던 도도한 자태. 연신 차 앞 유리를 훔쳤다. 밀어낼수록 더욱 두꺼워지던 안개, 멀미가 일었다. 바다를 배회하다 극한에서 일어서는 유빙, 미시령은 혹독한 추위 앞에서야 제 높이를 회복한다.

 

Epitaph / Crim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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