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023. 4. 17. 07:37ㆍ자작글/일기
새벽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찍어진 청바지의 구멍 사이로 살며시 스며 들어오는 새벽기온이 서늘하기만 하다. 안개속으로 발걸음을 옮겨 깊이 들어갈때마다 옅은 습기가 얼굴에 부딛혀 온다. 화단의 이름모를 꽃잎에 촉촉하게 이슬이 맺혀 있다. 지난밤 어둠을 견디어내던 외로움들이 뭉친 응어리인가 보다.
아직은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모두들 어제의 피곤함에 의해 새벽잠에 깊이 빠져 있나 보다. 내 발자욱 소리만 아파트의 빌딩숲을 반사되어 곰명음 처럼 울리고 있다‘
성경책을 한손에 들고 엄마의 손을 잡고 새벽기도를 다녀오는 듯한 소녀의 상기된 얼굴이 성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파트 높다란 담장에 걸려있는 넝쿨장미가 그 붉은 빛을 자랑이라도 하듯 길게 늘어져 있다
혼자서 걷는 새벽길은 질식할 것만 같은 정적과 옅은 안개의 촉촉한 습기 그리고 어스레한 어둠이 소리없이 걷히고 동쪽하늘이 여명의 빛으로 열리는 그런 풍경으로 가득차 있다. 까떼리나행 기차가 여덟시에 떠나간다는 조수미의 노래소리가 머리속에 맴도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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