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 정호승
2024. 10. 21. 05:22ㆍ좋은시
모래시계 / 정호승
다시 모래시계를 뒤집어놓을 수 있다고
기다리지 마라
누구의 모래시계든 오직 단 한번만 뒤집어놓을 수 있다
차라리 무릎을 꿇고
시간의 길이 수없이 달리는 밤하늘을 우러러보라
지금은 마지막 남은 모래 한 알
모래시계의 좁은 구멍 아래로 막 떨어지려는 순간이다
모래는 모래가 되기까지의 모든 시간을 성실히 나누어주고
낙타가 기다리는 사막으로 간다
그치지 마라
모래시계 속에서 불어오는 거대한 사막의 모래폭풍아
모래 한 알 한 알마다 어머니의 미소가 어릴 때까지
나는 지금 낙타를 타고 모래시계 속을 걸어간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 정호승 (0) | 2024.11.07 |
---|---|
11월 / 나태주 (0) | 2024.11.03 |
가을꽃 /정호승 (0) | 2024.10.19 |
호박꽃도 꽃이다 / 박의용 (0) | 2024.10.19 |
곁을 지킨다는 것은 / 신승근 (0) | 2024.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