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 김재곤
2023. 3. 4. 05:19ㆍ자작글/자작시
간이역 / 김재곤
인적마져 끊긴 초라한 역사에는
처마끝에 걸린 육십와트 전구만
그 위태로운 빛을 뿌려대고 있었다
길을 잃은 이들에겐 고통의 바다
그 끝에 장승처럼 서있던 등대처럼
길게 누운 철길 옆 비어있던 공터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초라한 역사
아 그곳은
고단한 삶을 눕힐수 있어서 좋았고
뽀얗게 타버린 연탄재만 있어도 좋았고
냉골로 시작되어 온밤을 꼬박 세워도
왠지 뿌듯하기만 했던
아현동 가파른 언덕 꼭대기 옥탑방처럼
우리들 모두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놓았던
비밀스런 골방같은
그런 곳이였는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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