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 이정하

2024. 11. 16. 17:41좋은시

 

우물 / 이정하

 

깊고 오래된 우물일수록

컴컴하고 어둡다.

그 우물 속에서,

어둠만 길어질 것 같던 거기서

맑고 깨끗한 물이 가득 올려질 줄이야.

 

이토록 맑은 물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뒤채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남들이 보지 않아도 속으로

열심히 물을 갈아엎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만히 고여 있는 것 같아도 사실

우물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뿐일지라도 우물은

늘 두레박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