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4. 09:38ㆍ자작글/산문
광화문연가라는 노래를 듣고 있다보면 애절한 선율도 그렇지만 노래가사가 그렇게 마음아플수가 없다.
아마도 광화문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 그런모양이다. 광화문은 내 젊은날의 추억이 묻어있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광화문네거리를 중심으로 서울의 명소들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지금은 홍대입구,대학로,신촌,강남역부근같은 다운타운이 젊은이들의 성지가 되어 젊은 사람들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있기도 하지만 살펴보면 광화문 만큼 볼거리가 많은 곳은 또 없을듯 하다.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5궁의 대표적인 궁전이기도 한 경복궁,덕수궁 경희궁이 고풍스런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불교의 본산 조계사와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인사동 그리고 서울시청과 세종문화회관, 새롭게 만들어진 청계천 같은곳이 자리잡고 있는 명실공히 서울관광의 요람이기도 하다.
특히 서울시관광 버스시내투어의 출발지이기도 하며 정동제일교회,서울시립박물관,정동극장,세실극장같은 문화의 공간이 자리잡고 있으며 가까이에는 명동과 종로 그리고 남대문시장이 근접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에게 있어 광화문은 '십계'와 '기적'이란 영화를 보았던 광화문 네거리 모퉁이에 있던 국제극장과 극장주변의 튀김골목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추억의 국제극장이 헐리고 그 자리에 대형고층건물이 들어서고 말았지만 70년대의 광화문은 지금의 모습처럼 화려하지는 않았던것 같다.
그밖에 백일장과 사생대회를 하던 덕수궁, 연인과 함께 걸으면 이별한다는 전설이 있었던 덕수궁 돌담길, 구 MBC 문화방송국, 돌담길을 따라 올라가면 배화학당 이화여고 예원학교 등이 있었고 대학시절 채플시간에 강의를 해주시던 배명준목사님이 설교를 하시던 작지만 아름다웠던 정동제일교회와 덕수궁과 현 서울시 의회건물사이에 있던 이국적인 건물 대한성공회 성당 그리고 성당앞에 는 내가 생애 최초로 연극을 보았던 세실극장이란 곳이 있었다.
광화문 네거리를 중심으로 중앙청쪽으로 지금은 세종문화회관이라 불려지는 시민회관이 있었고 그곳에선 내가 좋아했던 한국의 락밴드 키보이스,히식스,비스,라스트찬스 같은 락 밴드의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던것 같다.
문화의 대표적인 산실답게 양우당,종로서적같은 대형서점도 있었고 건축도를 꿈꾸던 나의 시선을 빼앗곤하던 미대사관 건물 그리고 교보빌딩에서 동대문쪽으로 가는 종로대로 한블럭 안쪽의 골목에는 크고 작은 주점들이 골목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었으며 무교동엔 낚지볶음을 파는 식당들이 많이 있었는데 특히 유정낚지집의 매콤한 낚지볶음은 해외에 있을때 가장 먹고싶은 음식이였을 정도로 눈물이 나도록 맵고 독특한 맛으로 우리들의 입맛을 즐겁게 만들어주기도 했던 것 같다.
무교동 골목에 있었던 선비촌과 초가집과 같은 선술집에서 팔던 조개탕과 물섞은 약주는 불타는 청춘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던 단술이였으며 가난했던 우리들의 편안한 휴식처이기도 했다.
광화문 연가라는 노래가 불려지면서 노래가사처럼 그동안 잊고 살았던 광화문을 다시 가게 되었는데 다시 찾은 광화문은 예전같지 않게 왠지 낯이 설기만 하고 도시의 발전과 더불어 내 기억속에 남아있던 광화문의 주옥같은 추억들도 안타깝게 묻혀버리고 말았다.
광화문은 다행히 통과도로이기도 하기에 차를 타고 가끔 그곳을 지나갈때가 있는데 낯설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어느땐 차를 세우고 혹은 차에서 내려 추억속의 광화문거리를 걷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이제 모두 세월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 향기가 가슴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언젠가는 우리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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