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술과 나

2023. 3. 4. 09:16자작글/산문

 
살다가 갑자기 정신적 패닉현상이 찾아 들고 사는게 재미도 없고 버겁기 까지할때가 있느데 특별한 어떤 이슈가 없었음에도 가끔 필자도 그런 알수없는 현상에 빠져 버릴때가 있다.

그럴땐 남자들은 아니 사람들은 대게가 술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잘도 극복하며 살더만 불행히도 나에겐 알콜올 분해 효소가 부족한지 술과는 좀 거리가 멀기에 어떤 문제가 터지기라도 하면 말짱한 정신으로 그 스트레스와 고통을 온몸과 온정신으로 받아들이며 이길때까지 견디어 내야만 한다.

그러니 필자가 얼마나 힘든 중년의 삶을 보내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내글을 읽는 사람들은 조금은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술을 마시지 못하는 체질로 태어난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왜냐하면 만약에 필자가 술을 잘마시는 사람이였다면 필자가 지니고 있는 평범하지 않은 삶의 여러가지 정황을 미루워보아 지금쯤 알콜중독자가 되었거나 술로 인해 이세상엔 이미 없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러니칼하게도 필자는 건축공학을 전공함으로써 술로 시작하여 술로 끝난다는 건축현장 시쳇말로 '노가다판'에서 잔뼈를 다듬어 온 사람이기도 하다.그렇기에 술에 대한 에피소드를 많이 알고 있으며 또한 가지고 있는편이다. 왜냐하면 생애 몇번을 제외하곤 필림이 끊긴다는 현상에 빠져본적이 없었기에 문제가 될만한 술판은 모조리 필자의 꽤 넓은 기억창고에 쌓아 놓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침묵을 하고 있어서 그렇지 필자가 입을 한번 벙긋하여 잘못 열면 큰일이 나거나 작살이 날 사람들이 대한민국엔 제법 많이 생존해 있음은 속일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술판에서 일어났던 헤프닝에 대해선 필자가 목슴을 다할때까지 발설하지 않을지도 모른다.왜냐하면 술꾼들의 절대 법칙이며 술꾼들의 정서상 술판은 술판으로 끝을 내야 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그들과 동업을 했던 제 1의 공범자였기에 솔직히 함부로 발설할수도 없다는게 진실이기도 하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필자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젓가락을 두드리며 술을 마셨던 요정이라고 불리우는 곳에서부터 최근 텐프로(10%)라고 불리우고 있는 첨단의 최고 고급 술집까지 섭렵하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의 술판이 접대를 받는 자리였지만 가끔은 그 분위기에 정신이 팔린 필자도 적지 않은 술값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폼나게 긁어대다 신용카드가 정지되는 불행한 사태를 야기시키기도 했던것 같다.
 
아무튼 필자는 대학시절부터 술을 배우기 위해 무지 노력을 해보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이나이가 될때까지 체질을 고치지 못하고 결국은 '술못마시는 사람' 이라는 주홍글씨같은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것이 의학적으로 동양인들은 백인들과 흑인들과는 달리 알코올 분해효소를 가지고 있지않은 사람이 인구의 30%정도 된다고 한다. 그 많은 사람들중에 정말 재수없게 필자가 그 30%에 속하는 사람으로 간택을 당했다는 사실에 어느땐 억울한 생각도 들고 그런 유전자를 소유한 것에 대해 알수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때도 있다.
 
작년 5월쯤인가 나에게 '공황장애' 와 함께 갱년기 우울증이 찾아왔을때 저혈압이였던 나는 몸과 마음으로 상상이상의 고통을 받았던 것 같다. 할수없이 병원으로 달려간 나는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은적이 있는데 내 차트를 가만히 바라보던 주치의는 나에게 자기전에 가벼운 술을 한잔 정도 마시는게 좋을것 같다는 민간 처방을 내려주기도 했다. 그

러나 나는 그 처방을 실천하지 못하고 말았다. 워낙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게 단 한잔만이라 할지라도 혼자서 술을 마신다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우리나이 또래의 사람들의 만남은 만나서 함께 커피나시는 일이 아니라 만나기만 하면 함께 술을 마시는 일이 일상의 전부이기도 하기에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필자로써는 걱정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아시다시피 세월이 갈수록 점점 가까운 지인들이 한명 한명 내곁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술을 너무 마시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술 권하는 사회'의 일원으로써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것 또한 안타까운일이기도 하다.
 
초저녁잠을 즐기는 필자의 습성탓도 있겠지만 지인들로 부터 만나자는 전화통화도 뜸하고 이러다 방안에 고립이 되는것은 또 아닌지,,,,필자가 이어령 교수님이 쓰신 '장군의 수염' 이란 소설의 주인공처럼 '술권하는 사회'로 부터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자작글 >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문] 블랙 홀과 화이트 홀 그리고 웜홀  (0) 2023.03.04
[산문]광화문연가  (0) 2023.03.04
[산문] 자카르타의 이야기  (0) 2023.03.04
[산문] 초저녁잠  (1) 2023.03.04
[산문] 기억속으로  (2) 2023.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