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이네 집에는

2023. 3. 12. 16:46자작글/일기

길상이네집 근처 배나무밭에는 그 아름답던 배꽃은 온데 간데 없고 배나무 잎새만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습니다. 오랫만에 왔는데도 길상이는 나를 알아보고 꼬리를 마구 흔들며 나를 반겨주었구요. 그녀석 이제 많이 자랐더라구요.

 

밭고랑을 일어 씨를 뿌린 텃밭에는 벌써 녹생의 채소들이 재모습을 갖추고 자나나 있었습니다. 상추 쑥갓 부추 기타등등,,,,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나 봅니다.문득 서운함 같은 이상한 질투가 밀려들더라구요. 기형도 시인의 시가 머리속에서 자꾸만 맴돌었습니다.

 

"질투는 나의 힘이다,,!"

 

황토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잠을 자고 나니 며칠동안 감기몸살로 힘들어 했었던 몸의 컨디션이 좋아 진듯 한 느낌이 드네요. 웰빙이란 문화가 멀리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우리들 일상에 있었나 봅니다. 그 웰빙(well being) 이라는 새로운 언어의 매력에 취해 봅니다.

 

길상이 주인인 내 친구가 유기농으로 직접 기른 상추와 쑥갓의 맛이 얼마나 신선한지 보리를 섞어 풍년압력솥으로 지은 밥과 곁들이니 그동안 열로 인해 쓰기만 했었던 입맛을 돋구워 주는듯 싶습니다. 참 맛이 있네요. 시골의 뒷뜰 양지 바른 장독대에서 숙성을 하고 있는 고추장 맛도 일품인듯 싶습니다.

 

한그릇 하고도 반그릇을 쌍추쌈에 뚝딱 해치웠네요.,,게눈 감추듯...오랫만의 포식이였던 것 같습니다. 아침 식사를 한후 그윽한 포만감에 허리띠를 한칸 내리고 길게 이어진 배나무밭을 산책 해보았습니다. 앞서가는 길상이의 흔글리는 꼬리짓이 참으로 정겹기 그지 없네요

 

이토록 곱고 아름다운 날에 도연명이의 "귀거래사"의 싯귀절을 의미있게 외워봅니다. 자연이 이토록 좋게 느껴지고 정겨운 것은 아마도 내가 자연을 사랑할 정도의 나이에까지 와있나 봅니다.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무튼 몸으로든 정신으로든 너무도 아름다운 날인듯 싶습니다

 

아직은 배나무의 배의 열매가 어린 몽오리로 매달려 있지만 다음에 내려올땐 몽글 몽글한 아기배로의 형태를 갖추고 있겠지요.꼬마배는 또 얼마나 나를 기쁘게 할까 상상만 해봐도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주일은 석가탄실일이네요. 길상이네집 근처 작은 사찰에서 달아놓은 오색 연등들이 바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연등을 키는 이유는 무명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살이라서 자연스럽게 생성 될수 밖에 없는 온갖 번뇌와 망상에 젖어 있을수 밖에 없는 중생들의 어둠같은 고통을 빛을 밝힘으로서 그 어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염원의 의식이라 하지요...

 

어떤 종교든 기독교든 천주교든 회교든 종파를 초월하여 함께 축하 해 줘야 하리라 봅니다. 이 아름답지만 벅차기만 한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의 탄생의 날과 더불어 더 즐겁고 행복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봅니다.

 

불자님들은 "상구보리 화하중생 하옵고..." 타종교인들은 아름다운날 되시기를 바람니다

 

길상이네집에서

2005-05-13 09: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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