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 김재곤

2023. 3. 22. 20:42자작글/자작시

버스정류장 / 김재곤

 

버스정류장쪽에서

불어대는 바람은 아프다.

방금 그를 떠나 보내서 그런가

아프다 못해 쓰리기 까지 하다

날마다 오늘 같은 날을 위하여

이별연습을 게을리 하진 않았다.

버스가 떠나자 마자

깊은 곳으로 푹 빠져버리는 듯한 느낌

입술이 파랗게 질리고 파르르 떤다.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자꾸만 목이 메인다.

눈물은 벌써부터 얼굴을 적시고 있다.

떠난다는 것과 남는다는 것

그저 방식만 다를 같은 이별일 뿐인 것

버스가 먼지바람을 내며

뒷 모습만 보이며 까마득하게 멀어지자

반쪽밖에 남지 않은 뿌우연 낮달이

서글프게 내려다 보고 있다.

여전히 막막하기만 한 버스정류장에서

바람이 불어댄다.

여전히 그 바람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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