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 김재곤

2023. 3. 22. 04:52자작글/자작시

 

구속 / 김재곤

 

여명의 흐린빛과 함께온 새벽은

주홍빛과 핏빛 절망으로 열렸다

 

잠시 세상을 잃어버리고

손꼽아 헤아리던 숱한 시간들

한쪽으로만 뚫린 쪽창으론

겨울이 잉크처럼 스며들었다

 

철퍼덕 주저앉은 나를 향하여

손살같이 날아들던 비둘기

바쁜 두 날개를 퍼덕 거릴때

기약조차 할 수 없는 나의 자유는

얽기 설기 이어놓은 빨래줄처럼

불안하고 위태롭기만 했다

 

고개를 저으며 얼핏 바라다본 세상

12월의 차거운 햇살이 너무도 고웁기에

새가 날아가버린 늘어진 빨래줄위에

꽁꽁 묶여 있었던 작은 희망을 풀어

살며시 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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