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휴일의 끝자락

2023. 3. 23. 19:08자작글/산문

이틀간의 휴식이 끝나가고 있다.이틀동안 나는 책장을 뒤져 그동안 정리되어 않은체 책꽂이에 있었던 시작 노트를 찾아내어 하나 하나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리는 작업을 하며 지냈다.나는 외출을 할때나 여행을 할때면 반드시 작은 시작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순간에 떠오르는 느낌들을 메모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저 그 메모들이 낙서수준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졸작이긴 하나 내가 시를 쓰는 모티브를 제공해 주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하기에 열심히 메모를 하곤 한다.

 

기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수첩같은 작은 시작노트에 깨알같은 글자로 빽빽하게 적혀있는 메모들을 읽다 보면 가끔은 얼굴이 뜨거워 지곤 한다. 그 메모의 수준이 가히 유치원수준의 글로 하여 부끄럽게 그 노트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 유치하기 짝이 없는 글들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는 나는 내가 살았던 삶의 흔적을 기억해 낼수 있기에 나름대로는 그 메모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기도 한다.1500번째의 글을 자축하면서도 내가 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에 집착을 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단 한시간도 글을 접하지 않으면 견딜수 없는 권태가 나를 힘들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적어도 글을 쓰고 있을때 만큼은 세상의 모든 일들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또한 블로그에 그 많은글들을 써서 올릴수 있는 것은 다행히 타자솜씨가 분당 300타를 칠수있는 독수리 타법은 아니기에 가능하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도 든다.

 

하여튼 나는 어제부터 많은 글들을 페가수스라고 이름지어진 나의 블로그에 올렸다. 누군가에 읽혀지든 아니면 읽혀지지 않든 그것은 나와는 상관이 없는일이기도 하기에 많은 장르의 글들을 아무런 여과도 없이 올리고 있는 듯 싶다.이런 나의 글쓰는 일에 중독이 되어 있는 듯한 나에게 어느 지인은 걱정이 되어 충고를 하곤 한다. 너무 자신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냐 또는 시인이란 어느정도 베일에 감춰져야 신비로는 것이 아니냐 등등,,,

 

그렇지만 나는 옷을 발가벗듯 나의 치부를 글로 하여 들켜 버리는 그런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는 것에 대하여 후회하거나 중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지금은 글쓰는 작업이 그냥 좋고 행복하기만 하기에 다른 것들에 대하여 생각할 필요를 느끼고 있지 않고 있으며 또한 글을 쓰고 있을때만이 느낄수 있느 그 알수없는 강한 카타르씨스와 같은 느낌에 충실하고 싶을 뿐이다.그래서 나는 오늘도 많은 글을 쓰며 살았다. 어쩌면 글은 나를 지탱시켜 주고 있는 커다란 힘인지도 모를일이기에,,,,

 

창밖으로는 칠흑같은 어둠이 가득 몰려와 있다. 서늘한 바람이 열어놓은 유리창문으로 커튼을 날리며 불어대고 있다. 오늘도 밤 하늘엔 그 흔한 한점의 별빛 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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